[해외논단] 증시, 언제까지 실물과 따로 갈까

입력 2020-10-13 20:01
수정 2020-10-14 00:29
실물경제가 취약한데도 왜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치솟을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중소기업과 저소득 근로자에게 특히 영향이 컸다. 이들은 실물경제에 필수적이지만 증시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증시는 미래를 반영한다. 현재 주가 수준은 코로나19 백신이 곧 출시될 것이란 낙관론이 반영돼 있다. 이는 경제 봉쇄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린다. 시장이 올겨울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반면 1세대 백신의 효능과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상승장에 대한 좀 더 설득력 있는 두 번째 설명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내렸다는 것이다. 당분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시장이 확신하는 상황에서 부동산과 금, 심지어 비트코인 같은 자산 가격은 모두 상승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은 저금리로 큰 이익을 봤다. 하지만 제로 금리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정확하지 않다. 또 탈(脫)세계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시장 수요가 회복된 후에도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역할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은 초저금리뿐 아니라 회사채 시장을 직접 지원하는 등 전례 없는 규모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은 통화정책이라기보다는 비상 상황에서 재무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재정정책에 가깝다. 이런 개입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납세자들이 모든 것을 무한정 부담한다는 생각을 언젠가 버릴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궁극적으로 그들이 상정할 수 있는 위험의 양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만약 올겨울 코로나19가 재확산될 경우 ‘중앙은행이 더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도전받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설명은 실물경제가 좋지 않아도 증시가 상승하는 이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정답과는 거리가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적 고통이 상장기업들만의 몫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소기업, 세탁소와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코로나19가 안겨준 고통을 겪고 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충격을 버텨낼 만큼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잠시나마 이들의 숨통을 터줬던 정부의 지원책이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일어날 경우 충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실패는 코로나19가 촉발한 광범위한 경제구조 변화의 일부로 간주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무너질 경우 대형 상장사의 시장 지위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이 점이 상승장을 설명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다. 나아가 코로나19의 불평등한 영향력 때문인지 정부의 세수는 경기 침체 규모에 비해 대폭 감소하지도 않았다. 세금을 적게 내는 저소득자가 주로 코로나19에 따른 실업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승장은 다음달 미 대선에 따른 전례 없는 정치적 위기 가능성과 경제적 충격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보다 월스트리트(증시)를 더 의식하는 정책을 둘러싼 비판이 거셌다. 월가는 또다시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고 실리콘밸리 역시 포퓰리즘의 사정권에 들어갈 것이다.

탈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세율이 낮은 곳으로 옮겨가기가 어려워졌다. 또한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흐름이 뒤바뀔 가능성도 높아졌다. 기업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면 증시에는 악재다.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코로나19 사태 소강이나 실물경제 회복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증시는 언제든지 하락 반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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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