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 강행하면 대기업 87%…헤지펀드 추천 이사 선임할 판"

입력 2020-10-13 17:57
수정 2020-10-14 01:17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주요 대기업 중 87%는 헤지펀드가 추천한 인사를 선임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13일 열린 출범식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KIAF는 기계·바이오·섬유·엔지니어링·자동차·전지·철강 등 업종별 경제단체와 중견기업연합회가 참여해 발족한 민간 산업포럼이다. 초대 회장에는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 감사에는 정순남 전지산업협회 부회장이 선임됐다.

정 회장은 “국내 주요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2018년 엘리엇 사태 당시 외국인 주주 투표 성향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대기업 15개사 중 13개사에서 헤지펀드의 추천 인사가 선임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 군 작전회의에 적군이 참여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에 사외이사 3인을 추천했을 당시 외국인 주주 찬성률은 각각 45.8%, 49.2%, 53.1%였다.만약 상법개정안이 통과돼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 상태에서 외국인 주주 중 53.1%가 헤지펀드의 인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지면, 국내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 전원이 반대하더라도 헤지펀드가 추천한 인사가 감사위원이 될 수 있다. 찬성한 주주의 의결권이 전체의 25%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감사 선임 등 주주총회 보통결의는 출석 주주의 과반수가 찬성하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이 전체 주식의 25%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에 국내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 중 일부가 헤지펀드에 동조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국내 15대 대기업 모두 헤지펀드의 추천 인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해야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14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 간담회 등을 통해 상법·공정거래법·집단소송제 등 경제 관련 법안 개정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KIAF는 앞으로 업종을 뛰어넘는 경제계 공동 사안에 대한 연구 조사를 진행하고 매달 산업발전포럼을 열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산학연 전문가, 노조, 정부·국회 관계자를 포럼에 초청해 정책 반영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