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 혁신성장과 문화·물류산업을 육성하는 ‘H-플랜’을 추진한다. 양천구를 가로지르는 ‘H’ 모양의 개발 벨트를 지정해 목동과 비(非)목동 간 격차를 줄이고, 동반 상승 효과를 불러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목동-비목동 불균형 해소서울의 대표적 주거지역인 양천구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로 소문이 나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유흥시설이 적고, 학군이 좋은 데다 녹지가 많은 목동은 특히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인근 신월동과 신정동 주민들은 불만이 많다. 목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통이 불편하고, 개발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이 같은 목동과 비목동 사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H-플랜을 내놨다. H-플랜의 한쪽 기둥인 동쪽 경제·성장벨트는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다. 목동 유수지에 중소기업 혁신성장밸리를 조성해 대규모 고용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양천구를 베드타운을 넘어서는 ‘자족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김 구청장의 구상이다.
다른 한쪽 기둥인 서쪽 문화·물류벨트는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이 중심이다. 서부트럭터미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미래 직업교육의 허브이자, 양천구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문화공연장 등 주민 편의시설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민선 7기 임기가 끝나기 전에 서부트럭터미널 개발 계획을 마무리 지어 민선 8기에선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밑바탕을 다져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2년 완공 예정인 국회대로(제물포로) 지하차도는 동쪽과 서쪽 기둥을 연결하는 교통·환경벨트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도로는 지하화하고, 지상은 친환경 공원으로 꾸미기로 했다. 이를 통해 양천구와 강서구 사이의 단절을 해소하고, 주변 지역 및 상권을 활성화해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양천구는 기대하고 있다. 경전철 목동선 추진으로 교통복지 도모양천구의 숙원 사업인 경전철 목동선 역시 목동과 비목동의 균형 발전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양천구에는 현재 지하철 3개 노선이 지나가고, 8개 역이 있다. 양천구와 인접한 강서구(5개 노선, 23개 역), 구로구(3개 노선, 13개 역)에 비해서도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8개 지하철역도 모두 목동과 신정동에 몰려 있어 신월동 주민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양천구 관계자는 “지하철은 서민들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교통 인프라가 낙후된 신월동에 경전철 목동선 개통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전철 목동선은 신월동 신월사거리에서 출발해 신정동과 목동을 거쳐 영등포구에 있는 당산역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이 노선은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에 포함돼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토부 승인이 나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기본 및 실시설계 등의 절차가 차례로 진행된다. ‘소음·분진’ 신정차량기지 이전 추진신정동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신정차량기지 이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신정차량기지 인근 주민은 늦은 밤까지 전동차가 진·출입하면서 일으키는 소음과 분진, 미세먼지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양천구에 따르면 신정차량기지 반경 1㎞ 이내에는 공동 주택 2만7000가구, 학교 13개(재학생 1만3000여 명)가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의 35개 차량기지 중 주거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양천구는 신정차량기지를 이전한 뒤 이곳에 주민이 선호하는 문화상업 복합시설, 일자리 창출과 세입 증대 등을 위한 기업을 유치하는 등 다각도의 개발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시도 ‘2·5호선 신정·방화 차량기지 이전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을 벌이는 등 신정차량기지 이전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천구 관계자는 “신정차량기지 이전과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은 양천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구민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발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