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이달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공적 자금 신청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금 확보가 급한 대한항공은 이달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위원회는 15일 회의를 열어 제주항공 자금 지원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늦어도 심의위 전날인 14일까지 기안기금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선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에 1500억원가량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분기에 8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제주항공은 3분기에도 575억여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대한항공도 이달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관련 세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 자금 규모는 1조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알짜배기’ 사업인 기내식·기내면세점사업 매각과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 상당의 자구안 마련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이 올 연말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여객 수요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화물특수에 힘입어 148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증권업계는 화물운임 하락으로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이 382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화물운임이 계속 하락하는 데다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4분기엔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구안을 통해 마련한 2조원의 자금 상당액이 차입금 상환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송현동 부지 매각도 이달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측 입장을 조정하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주 중재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매각한 뒤 서울시가 LH와 시유지 교환을 통해 이를 넘겨받는 방식이다. 현금 확보가 급한 대한항공은 내년 초에 부지 매각에 따른 대금을 회수할 수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