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KAIST 교수, 신간 ‘내생사회’ 출간

입력 2020-10-13 10:35

이덕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가 13일 동양의 중용(中庸)과 서양의 근대철학을 융합해 선진 문명사회의 길을 제시하는 ‘내생사회: 머리와 손발의 소통 이야기’(사진)를 출간했다.

이 교수는 학부 때부터 줄곧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이지만 사회 전체를 통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인문학·자연과학 등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왔다.

네트워크 경제 연구를 통해 복잡계 과학에 경제학을 접목하는 한편 도덕적 자본주의 연구를 통해 동양사상과 경제학을 아우르는 등 다양한 융합 연구를 시도해온 이 교수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세 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이번 저서를 기획했다.

이 교수는 저서에서 ‘정녕 우리에게 도덕적 자본주의는 불가능한 것인가?’, ‘재난은 왜 계속 되풀이되는가?’, ‘혁신은 우리 곁에 있는가?’ 등 현실적인 문제의 근원이 우리 사회의 외생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통찰과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생사회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는 외생성이란 삶의 중요한 의미를 외부적인 요소를 통해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를 타인 혹은 외부에 의해 발전의 동인이 촉발돼 유지되고 있는 외생 사회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사상 등 여러 방면에서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정립해놓은 것을 활용해 온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조선 양반 문치(文治) 카르텔은 사(士)에 과도한 특권을 부여해 농공상(農工商)과의 단절을 야기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회의 역동성을 약화시킨 조선의 유교 사회, 개화기 서양 문물의 수용, 일제강점기 등의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내생성을 키우는 동력을 상실한 결과가 부동산 불패 신화, 학벌 제일주의, 반복되는 재난과 같은 현시대의 고질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내생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생사회란 흩어지지 않고 무언가 차곡차곡 쌓이는 사회라 비유할 수 있으며, 중용(中庸)에서 말하는 지극한 정성의 총합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든 사안을 결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정으로 보는 세계관, 내 생각과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자기 조직화, 스스로의 노력으로 공을 세워 삶을 영위하는 주체성 등의 세 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비로소 내생성이 생겨난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우리 자신을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우리 안의 보석을 캐내는 내생성 강화가 각 분야에서 일어날 때, 사와 농공상, 자본의 윤리와 자본의 논리가 화해하는 내생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이 교수는 전망하고 있다.

이 교수는 동양 유학 사상의 정수인 중용에 서양 근대철학의 거두인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복잡계 과학·진화경제학의 내생적 발전을 접목한 융합적 접근으로 이번 저서를 집필했다고 했다.

또 그동안의 외생 사회가 고착된 배경을 역사적 흐름에 근거해 증명한 뒤 내생성이라는 새로운 미래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전문지식과 일반 지식을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 이번 저서의 가장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덕희 교수는 “내생사회는 머리의 세계와 손발의 세계, 즉 리(理)와 기(氣), 사와 농공상, 이론과 실제, 학교와 현장이 서로 소통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힘인 내생성이 우리 안에 굳건하게 자리 잡아 자기 언어로 스스로의 질서를 얘기할 수 있는 내생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저자인 이덕희 교수는 현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에서 경제학 학사, 석사를 뉴욕주립대(버팔로)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공자가 다시 쓴 자본주의 강의(2015), 정보통신경제학(2010), 부뚜막이 닳도록:어느 경제학자의 문화적 자존 이야기(2010), 네트워크 이코노미:부분과 전체의 복잡성에 대하여(2008) 등 통섭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다수의 서적이 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