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쿠폰 남았는데 중고차라 못써…직영 서비스센터의 '꼼수'

입력 2020-10-12 13:00
제네시스 G90 소비자인 B씨는 얼마전 엔진오일 교환을 위해 현대자동차 청주 직영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엔진오일 교환 티켓이 7장이나 남아있었지만 모두 사용할 수 없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은 것. 당황한 B씨에게 해당 직원은 "신차를 중고차로 매입한 경우 명의가 바뀌기 때문에 오일 교환 티켓은 모두 소멸된다"고 설명했다. B씨는 중고차로 제네시스 G90을 구매한 것은 맞지만 2018년 12월식 G90이라 무상보증 수리 기간이 한참 남아있고 쿠폰 역시 단 한 장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항의했지만 직원의 완강한 거부에 결국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B씨는 동네 가까운 현대차 협력사인 블루핸즈에서 남은 티켓 중 하나로 엔진오일을 교환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 판매 시 보증수리를 의무적으로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차체 및 일반 부품의 경우 3년·5만㎞, 엔진 등 주요 동력계통의 경우 5년·10만㎞ 내에 하자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무상으로 수리해준다. 기간은 제조사 임의로 설정 가능하지만 보증수리 자체는 자동차관리법상 제조사의 책임과 의무로 규정된 항목이어서 반드시 이행해야만 한다.일부 브랜드들은 추가적으로 소모품 무상교환 등 강화된 자동차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보증수리와 소모품 교환 혜택 등은 자동차라는 재화에 종속되는 것이어서 중고차 매매로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그대로 양도된다. 보증수리 기간이 남은 수입 중고차의 매물 가격이 높은 것도 수리비 부담을 고려한 시장의 가격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정비소에서는 소비자의 정보 부재를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꼼수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는 매년 운전자의 무지를 이용해 바가지 요금을 씌운 피해 사례가 수십건씩 접수된다. 예방 차원에서 정부가 자동차 부품 가격과 공임 등 정비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관심있게 두고 보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자동차라는 기계 자체가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굉장히 복잡한데다 이를 수리하는 작업은 더욱 고차원적이어서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업주들은 멀쩡한 부품을 교환하거나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도 했다고 하거나 더 비싼 부품으로 바꿔 수리비를 과다하게 덮어 씌운다.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는 업주에게 속절없이 바가지 영업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비에 대한 전권을 업주에게 넘기게 되면 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도 쉽지 않다.

-제조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 서비스센터, 품질관리 신경써야



특히 이번 사례에서의 맹점은 제조사 직영 서비스센터에서조차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직영 서비스센터는 자동차 관련 법에 의거, 제조사가 생산·판매한 자동차에 대해 수리 및 정비 의무를 다하고자 직접 운영하는 종합 정비소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사설 정비소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나 오랜 대기 기간을 감수하더라도 직영 서비스센터를 찾는다. 하지만 막상 직영 서비스센터를 찾은 소비자들은 생산이나 판매에 비해 서비스 품질의 편차가 크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아무래도 정비 단계는 추가적인 수익 창출보다 서비스 개념의 접근인 만큼 제조사가 품질 관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불신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프리미엄화를 지향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제네시스가 여전히 현대차 브랜드 내에서 전시장이나 서비스 네트워크를 독립하지못한 상황에서 품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 이미지 형성에 독이 될 수 있어서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제품 생애 사이클인 '생산-판매-정비' 등 3단계 전반에서 고루 형성된다.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고 해도 정비가 취약하다면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기 어렵다. 제네시스가 별도의 예약 정비, 홈투홈 딜리버리, 무상 견인 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품질 평준화가 선결돼야 한다는얘기가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정비 시 바가지 요금에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제조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 서비스센터에서조차 일관된 메뉴얼을 갖추지 못했다는 건 큰 문제"라며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일 수록 서비스 경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향후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관리 감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는 G90과 G80, G70 등 세단에이어 GV80과 GV70 등 SUV 라인업을 갖추면서 별도 전시장·서비스 네트워크 및 인력망을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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