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新생존 키워드 'ESG'

입력 2020-10-12 17:40
수정 2020-10-13 01:55
효성티앤씨의 경북 구미 공장은 ‘이상한’ 곳이다. 비싼 돈을 주고 버려진 페트병을 구해 폴리에스테르 원사인 리젠을 제조한다. 석유에서 뽑아낸 원재료를 쓸 때보다 비용이 두 배 더 든다. 효성이 폐페트병을 고집하는 것은 ‘환경 프리미엄’ 때문이다. 친환경을 모토로 내건 패션·의류업체들은 재활용 원료로 생산한 리젠을 50% 이상 비싸게 사들인다.

비용 절감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기업들이 확 달라졌다. 기업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른바 ‘ESG 경영’이다. 기업의 생존 키워드로 떠오른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기업 이미지 개선을 목적으로 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선택’이었다면 ESG는 ‘필수’가 될 전망이다. 주요국이 ESG를 기업 평가의 척도로 삼으면서 무역과 투자장벽이 되는 추세다.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나라에 탄소조정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 등을 내세우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다음달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ESG 규범은 규제로 바뀔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내년부터 모든 금융회사에 ESG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며 기업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ESG 확산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진 영향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은 이미 ESG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글로벌 ESG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40조5000억달러(약 4경6500조원)에 달한다.

문두철 연세대 글로벌교육원장은 “ESG는 수주와 납품, 투자 유치, 자금 조달 등 경영 전반에 적용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ESG 경영에 소홀한 기업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형석/구미=안재광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