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한꺼번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척을 따내며 연말 몰아치기 수주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LNG선 발주가 재개되면서 극심한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2일 유럽 선사로부터 18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LNG선 6척 건조계약을 따냈다고 공시했다. 선주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노바텍은 러시아 북극해 LNG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 LNG 운반선 발주를 추진해왔다.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수주는 작년 12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대규모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하면서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목표수주량(72억1000만달러) 대비 달성률은 24%에서 단숨에 46%로 높아졌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LNG 프로젝트가 연기되고 선주사들이 발주를 미루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수주 가뭄을 겪고 있다. 조선사들은 이번 러시아 발주를 계기로 연말 LNG선 수주가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도 10월에만 5조원 규모의 LNG선 발주가 몰리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연말 ‘잭팟’을 터뜨린 바 있다.
노바텍은 최근 자국 조선사인 즈베즈다조선에 쇄빙 LNG선 10척을 발주했다. 즈베즈다는 이를 기술 파트너사인 삼성중공업에 재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또 프랑스 화학업체 토탈과 모잠비크 가스전에 투입할 LNG선 8척의 건조계약도 앞두고 있다. 두 프로젝트를 통해 약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 규모의 수주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도 지분 25%를 투자한 캐나다 LNG 프로젝트에 투입할 LNG 운반선 6척을 연내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량은 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카타르 LNG 프로젝트는 다소 연기됐지만 러시아 캐나다 등에서 LNG선 발주가 재개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최근 컨테이너선 발주도 늘리고 있다. 중국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가 2012년 7월 중순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해운업황이 반등한 영향이다.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지난달 말 한국과 중국 조선사에 LNG 추진 컨테이너선 입찰제안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