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이 발행을 주관하는 디지털화폐(CBDC)를 실제 상거래에 사용하는 대규모 실험을 한다. 일본도 내년부터 초기 단계의 디지털화폐 실험에 나서기로 했다. 세계 디지털화폐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11일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12일 오후 6시부터 1주일간 선전 시민 5만 명과 상업시설 3400여 곳이 참여하는 디지털위안화 실용화 실험을 인민은행과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추첨으로 뽑은 선전 시민 5만 명이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받은 200위안(약 3만4000원)씩 총 1000만위안의 디지털위안화를 실생활에서 써보는 실험이다. 오는 18일까지 선전 뤄후구의 슈퍼마켓과 음식점 등 3389개 상업시설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화폐의 대규모 실용화 실험에 나선 국가는 중국이 처음이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디지털화폐를 실제로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선전, 베이징 슝안신구, 쑤저우, 청두,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 등지에서 내부 실험을 진행해왔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용화 실험에 나선다는 것은 공식적인 디지털위안화 발행 시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은 디지털위안화를 중·장기적으로 무역 결제, 해외 송금 등에 활용해 달러에 대항하는 새로운 기축통화로 키운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기축통화 보유국이 긴장하는 이유다.
중국의 실용화 실험에 맞서 일본은행도 2021년 이른 시점에 디지털엔화 실증실험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현 시점에서 CBDC 발행 계획은 없다”는 종전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디지털화폐 진전 상황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의 실험은 △발행과 유통 등 기본 기능 검증 △이자 지급, 보유금액 상한 설정 등 응용 기능 검증 △민간 사업사와 소비자가 참가하는 실용화 실험 등 3단계로 이뤄진다. 2단계와 3단계를 언제 실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본이 중국 견제에 가장 적극적인 이유는 디지털위안화가 급부상하면 3대 기축통화 가운데 점유율이 가장 낮은 엔화가 제일 먼저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밖에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에 디지털화폐 실증실험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내년에 디지털화폐 실험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