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혹은 골목상권과 대형 유통업체 간 공존을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하지만 경직된 법 적용으로 오히려 유통산업‘족쇄’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작년 말 이후 매장을 풀필먼트센터(상품 보관, 주문, 배송 등을 일괄처리하는 물류 시설)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를 잠정 중단했다. 전국 140개 매장 중 10여 개만 물류센터로 전환해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해 생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3호점(지난해 8월)까지 전환 작업을 완료했지만 법 개정 가능성이 희박해 추가 진행을 멈췄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홈플러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올라인(all-line)’ 전략에 매진할 수밖에 없지만 관련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물류센터 전환작업은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류센터가 유통산업발전법 대상이 되면 대기업이 운영한다는 이유로 새벽(영업 시간 외) 배송도 할 수 없고, 한 달에 두 번은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쿠팡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는 다른 대형마트와 달리 물류 차량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일찍부터 일부 매장의 물류센터 전환을 추진해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테스코가 2차대전 때 생긴 기업이라 한국에 들어올 때부터 비상시에 차량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점포를 설계했다”며 “일부만 물류매장으로 전환해도 물류 경쟁력이 생겨 생존에 도움이 될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출점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에다 온라인 쇼핑 공세에 밀려 2016년 3209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8년 1091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엔 당기 순손실 5322억원으로 최악의 실적을 냈다.
롯데마트도 일부 점포 매각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기지 전환을 검토 중이지만 멈칫거리고 있는 상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도심 외곽에 있는 점포들을 물류센터로 바꾸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용도 변경을 신청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어려우니 상업시설로 허가받은 점포를 물류시설로 재허가받겠다는 얘기다.
신세계는 서울 동남부의 온라인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경기 하남에 온라인(SSG닷컴) 전용 물류센터를 지으려고 했으나 주민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