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최대 변수, 부양책 운명은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입력 2020-10-12 07:00
수정 2021-01-09 00:01

미국 증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5차 부양책 협상이 타협점을 못 찾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가라"며 협상 제안액을 높였지만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보전진, 2보후퇴"라며 만족하지 않았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부양책이 3주 안에 나올 것 같지 않다"며 대선 전 타결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윗에서 "코로나 부양책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크게 가라(go big)!"고 밝혔다. 이어 우파 성향의 러시 림보와의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솔직히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제시한 것보다 더 큰 부양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리사 파라 백악관 홍보국장은 기자들에게 행정부는 2조달러 미만 부양책을 원한다며 행정부의 수정 제안액은 1조8000억달러 가량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이날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30분 가량 통화하며 부양책 규모를 기존 1조6000억달러에서 1조8000억달러로 수정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2조200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

민주당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미 CNBC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10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새 제안에 대해 "1보전진, 2보후퇴"라고 평가했다. 펠로시는 "대통령이 원하는 더 큰 부양책은 그가 재량껏 쓸 수 있는 더 많은 돈을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새 제안은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위한 전략적 계획이 부족하고 미국 가정에 대한 재정지원과 주·지방정부 지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주당 6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도 재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실직자들이 직장 복귀 대신 실업수당에 의존하지 않도록 연방 실업수당을 주당 600달러보다 줄여야 한다는 입장였다. 펠로시는 다만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고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미 NBC는 10일 복수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므누신 장관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행정부와 민주당 지도부가 논의중인 부양책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9일 "부양책이 3주 안에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최근 민주당보다 훨씬 적은 3000억달러의 '초미니 부양책'을 추진했었다.

이와관련,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일요일인 11일 아침 CNN에 출연해 1조8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에 반대하는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행정부와 민주당의 합의하면, 결국 수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부양책 중 일부 핵심 분야에선 민주당 요구액 이상으로 크게 갈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행정부와 민주당 지도부의 협상은 별로 진전되지 않았다. 므누신과 메도스는 이날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포괄적 부양책 협상이 타결되기 전, (아지까지)사용되지 않은 중소기업 급여보호 프로그램(PPP) 자금을 쓸 수 있도록 즉시 별도 표결을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전부 아니면 전무식 접근은 미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펠로시는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백악관이 제안한 바이러스 검사·추적·치료 예산이 불충분하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교착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의 인준 청문회도 대선 전 부양책 통과에 변수다. 공화당은 12일 상원에서 배럿 인준 청문회를 연 뒤 대선 전 인준을 강행할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과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은 올해 대선 승자가 긴즈버그 후임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대선 전이든, 대선 후든 5차 부양책이 처리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최근 주춤해질 조짐을 보이면서 부양책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6일 한 강연에서 추가 부양책이 없으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시에선 민주당이 올해 대선은 물론 상·하원 선거까지 승리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경기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하원도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하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둘러싸고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