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는 지난 7일부터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계기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책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일부 의원들은 문제의 본질과 다른 선입견을 강화하거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자료를 내기도 합니다.
지난 2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지역 CCTV 강남구 도봉구의 6배나 많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서울 지역 자치구별 폐쇄회로(CC)TV 설치 대수를 분석했습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서울 전역에 설치된 CCTV는 6만8602대입니다. 강남구에 설치된 CCTV는 6191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서울시 내 설치된 CCTV의 1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김 의원은 "문제는 지역별 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강남구는 도봉구(951대)보다 6배 많은 CCTV가 설치됐다는 겁니다. 강동구(2177대), 강서구(2099대), 동작구(2022대), 중구(2001대), 금천구(1991대) 등 다른 구의 CCTV 설치 숫자를 비교했을 때 지역별로 3배에서 6배까지 설치 대수가 차이가 난다는 비판입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CCTV의 경우 범죄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면서 "지자체별 재정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6배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행안부와 서울시는 지자체별 상황에 맞도록 재정 계획 수립을 통해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의원의 주장은 마치 CCTV가 지자체별 예산에 따라 불평등하게 설치됐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강남구의 지난해 예산은 1조382억원입니다. 도봉구 예산은 7151억원으로, 강남구 예산의 70% 수준입니다. 하지만 도봉구와 예산 규모가 비슷한 영등포구(7278억원)의 CCTV 설치 대수는 3595대로, 도봉구보다 4배 가까이 많습니다. 재정 상황에 따라 CCTV 설치가 차이가 난다는 김 의원의 주장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김 의원이 발표한 또 다른 자료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이 지난달 23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남경찰서가 관할하는 강남구 등에서 1만9502건의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도봉구와 비슷한 예산에도 CCTV 설치 대수는 4배 가까이 많은 영등포구 관할 영등포경찰서의 경우 1만6933건이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세 번째로 많이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강남구 다음으로 CCTV가 많은 관악구(4637대) 관할 관악경찰서의 범죄건수는 1만5036건으로, 서울 시내 범죄건수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경찰청이 지난 8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봉구 관할 도봉경찰서의 범죄건수는 7041건(2016년 기준)이었습니다. 같은 해 강남경찰서(2만917건)의 3분의1 수준입니다.
결국 강남구에 CCTV가 많이 설치된 것은 예산이 많아서라기 보다 범죄율이 높기 때문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만약 김 의원 주장처럼 도봉구가 강남구처럼 CCTV를 대폭 설치하기로 한다면, 진짜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산은 한정적이니까요.
괜한 오해로 비(非)강남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발표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CCTV 설치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따져보는 게 국민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