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순 vs 김광호…M&A 고수들 '케이프 쟁탈전' 2R 돌입

입력 2020-10-09 17:13
수정 2020-10-10 00:27
코스닥시장 조선기자재업체 케이프의 대주주가 바뀐 뒤에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서강대 출신 인수합병(M&A) 전문가 사이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김광호 KHI 회장은 자녀들과 함께 케이프 지분을 추가로 늘리면서 상대방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모나리자, 엘칸토, 한국피자헛 등 수차례 M&A를 통해 3000억원대 자산을 축적한 인물로 서강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케이프 경영권을 인수한 뒤 방어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사장은 서강대 총동문회 부회장이다.

11월 임시 주총에서 2차 표대결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광호 KHI 회장 측은 이번주 케이프 지분을 14.37%에서 17.89%로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 가족회사를 대거 동원했다.

지난달 말 김 회장 자신이 최대주주인 KHI가 보유하던 케이프 주식과 전환사채(CB) 상당수를 배우자인 이계영 씨, 두 자녀인 김유나·김혜림 씨 등이 지배하는 장외업체로 넘겼다. 원월드산업 와이앤코오퍼레이션 에치알 동일농수산 웨스텍코리아 등 5곳은 총 165억원을 들여 케이프 지분을 확보했다. 165억원 가운데 116억원은 빌린 돈이다.

현재 케이프 경영권은 임 사장 측에 있다. 앞선 6월 임 사장이 최대주주인 템퍼스인베스트먼트는 김종호 케이프 회장과 지분 양수·양도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잔금을 지급했다. 김종호 회장과 부인 백선영 씨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주당 7630원에 인수해 케이프 지분 25.85%를 보유하고 있다. KTB 출신 여의도 1세대 ‘M&A 전문가’로 불리는 임 사장은 과거 김종호 회장이 케이프인베스트먼트 설립 및 케이프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영입했던 인물이다.

양측은 오는 11월 1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2차 표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선 KHI 측이 제시한 주주제안 안건을 두고 표대결이 벌어졌지만 싱겁게 끝났다. KHI의 지분 인수가 대부분 정기주총 주주명부 폐쇄 이후 이뤄졌기 때문에 의결권이 없어 케이프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다음달 주총 표대결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케이프 설립자 고 백충기 회장의 차녀인 백수영 씨가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호 회장이 백수영 씨(지분율 7.67%)와 손잡을 경우 KHI 측 지분은 25.66%로 템퍼스인베스트먼트 지분(25.85%)과 맞먹는다. 서강대 총동문회 M&A 내전케이프 경영권 분쟁을 두고 여의도에선 ‘서강대 내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광호 회장이 서강대 총동문회장을, 임태순 사장은 부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선 2월 당시에는 임 사장이 김 회장 측과 협력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로 둘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총동문회에서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이 임 사장 측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김광호 회장이 적대적 M&A를 위한 자금을 충원하기 위해 비상장 가족회사를 대거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케이프 주가는 지난달 3000원대에서 급등세를 탔다. 이달 7일 장중 7000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5570원(8일 종가)까지 밀렸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