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09일(13:5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카셰어링(차량공유) 자회사 그린카가 신주 발행 등을 통한 투자 유치에 나섰다. 최근 업계 선두 쏘카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회사) 반열에 오르는 등 모빌리티 분야 투자 열기가 뜨거워진 데 따른 행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그린카의 최대 주주인 롯데렌탈은 주관사를 선임해 신규 투자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모빌리티 분야와 연계된 전략적 투자자(SI),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신규 투자자에게 지분을 어느 정도 넘길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약 20~30% 지분을 대상으로 투자자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롯데렌탈 측에서는 “경영권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를 희망한다는 요청을 받고 일부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주주 롯데렌탈의 지분율(84.79%)을 고려하면 최대 40% 지분까지 투자 유치를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일부 후보 사이에선 적정 가격을 제안받을 경우 경영권 매각 까지도 열어놓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렌탈은 물론 모회사 호텔롯데가 신용등급 강등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재무상황이 만만치 않아서다.
반면 그린카 사업모델이 렌터카 사업은 물론 롯데그룹의 유통사업들과도 시너지가 있는 만큼 전격적인 매각 결정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롯데렌탈도 “경영권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를 희망한다는 요청을 받고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린카는 업계 2위 카셰어링 업체다. 2009년 ‘그린 포인트’로 출범해 201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3년 KT렌탈이 경영권을 인수했고, 이후 KT렌탈이 롯데그룹으로 매각되면서 함께 자리를 옮겼다.
2011년 회원수 2745여명, 33대 차량에서 출범한 이후 올해 초 기준 회원 수 350만명, 소속 차량 대수는 약 9000대, 전국 3200여개 차고지(그린존)를 확보할 정도로 빠르게 규모를 키웠다. 보유 회원 500만명, 약 1만2000여대 차량, 4000여 곳의 차고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쏘카의 뒤를 쫓고 있다.
기업가치도 이와 비례해 커졌다. 롯데렌탈이 2015년 이 회사 지분 100%를 확보하는 데 들인 비용은 약 2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 GS칼텍스에 지분 10%를 350억원에 팔았다. 3년 만에 기업가치가 3500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 경쟁사인 카셰어링 선두업체 쏘카가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 1조원을 웃도는 ‘유니콘’으로 평가받으면서 그린카 기업가치 산정에도 기준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매각 측에선 투자 후보들에게 쏘카의 사업 현황과 자사의 경쟁력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투자유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렌탈 측은 약 5000억~7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쏘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온 만큼 차량공유 시장의 성장성에 베팅하려는 SI나 PEF가 노릴 만한 물건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규제 여파로 타다 운영은 중단됐지만 '쏘카 패스'(구독 서비스), 대리운전 등 연관 사업 진출을 시도하며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인지도를 쌓아온 쏘카와 롯데그룹 편입 이후 확장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한 그린카의 밸류에이션을 동일하게 판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차량 공유 전체 시장의 성장성에 '베팅'할 경우, 국내에서 그린카가 쏘카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인 점을 고려하면 연관된 사업을 꾸리는 전략적투자자(SI)들과 PEF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IB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등장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한때 카셰어링 시장 진출을 위해 내부적으로 AJ렌터카 인수를 검토한 적 있다.
차준호 / 김채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