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이 기사는 10월 12일(08:21)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약물 하나만 바라보지 않겠습니다. 비대칭 소간섭 RNA(asiRNA)를 플랫폼 삼아 세계 핵산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는 신약개발 기업이 되겠습니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는 “asiRNA를 이용하면 다양한 질병에 적용할 수 있는 신약을 계속 개발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인 이동기 올릭스 대표는 15년 넘게 RNA 간섭 (RNAi) 현상을 연구해온 생화학 전문가다. 2010년 올릭스를 창업했다.
올릭스는 RNAi 플랫폼 기술로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미국 자회사 올릭스US를 통해 임상 개발, 인·허가 절차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RNAi 기술로 코로나바이러스의 RNA를 분 해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현재 동물 효력 시험 단계에 있다.
올릭스(Olix)라는 사명은 올리고핵산(Oligo nucleotide)의 ‘Oli’와 가속(加速)을 의미하는 액셀러레이트(accelerate)의 첫음절인 ‘x’ 를 합친 이름이다. 핵산 신약개발을 가속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올릭스를 비롯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들은 염기서열 정보 공개 덕분에 통상 3~5년이 걸리는 후보물질 도출을 3개월만에 할 수 있게 됐다.
지속성이 뛰어난 RNAi 기술
핵산 치료제 기업 올릭스의 특징은 RNAi 기 술의 난점을 비대칭 소간섭 RNA(asiRNA)로
해결한 것이다. RNAi란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관여하는 물질을 siRNA를 이용해 절단하는 기술이다. 두 개의 가닥으로 이루어진 siRNA는 mRNA를 분해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합성된 물질이다. siRNA는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단백질 복합체인 RISC와 결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RISC는 siRNA를 구성하는 두 가닥 중 한 가닥을 버리게 된다. 남은 siRNA 한 가닥은 염기서열이 대응되는 mRNA에 붙은 뒤 이 mRNA를 절단해 분해한다. mRNA라는 ‘단백질 설계도’를 없애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siRNA는 mRNA를 분해한 뒤에도 세포 속에 남아 세포핵에서 세포질로 이동한 또 다른
mRNA를 분해할 수 있다. 이 대표는 “siRNA가 입구에서 mRNA가 나오는 대로 잘라내는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망막세포, 간세포처럼 세포 분화가 일어나지 않는 세포에선 이 문지기의 효력이 2~6개월간 유지된다. 반면 피부세포처럼 분화가 활발한 세포에선 효과가 빨리 사라진다. 세포 분화가 일어날수록 siRNA가 희석되는 탓이다.
지속성이 뛰어난 RNAi 기술에도 한계는 있다. RISC는 siRNA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써야 할 가닥을 버리고, 버려야 할 가닥을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siRNA가 표적으로 두는 mRNA에 달라붙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mRNA의 염기 서열에 상보적으로 대응해야 할 가닥이 버려졌기 때문이다.
부작용을 해결하는 열쇠, ‘asiRNA’
이 부작용을 해결하는 열쇠가 올릭스의 원천 기술인 asiRNA다. 올릭스는 siRNA 두 가닥의 길이를 비대칭으로 만들었다. RISC가 짧은 길이의 siRNA 가닥을 선택할 확률이 떨어진다는 점을 이용해 버려야 할 가닥을 더 짧게 만든 것이다. asiRNA는 또 다른 부작용도 해결해준다. 버려진 siRNA 가닥은 다른 유전자와 결합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올릭스의 asiRNA에선 버려진 siRNA의 길이가 짧아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인자와 결합하기 어렵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asiRNA를 적용한 대표 파이프라인이 비대 흉터와 켈로이드의 치료제로 개발 중인 ‘OLX101’이다. 두 피부질환 모두 콜라겐의 증식과 관련 있다.
비대 흉터는 피부 진피층에서 콜라겐이 과다 증식해 생긴다. 켈로이드는 피부 섬유화 조직이 종양처럼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증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편평해지는 비대 흉터와 달리 켈로이드는 점점 더 넓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
이 증상들을 치료하는 데는 콜라겐 생성에 관여하는 TGF-β를 억제하는 스테로이드 치료제, 실리콘 시트나 외과적 절제술이 주로 쓰인다. 하지만 이 치료법들은 효과가 불확실하거나 재발 우려가 있다. OLX101은 섬유화 질환을 유발하는 결합조직생성인자(CTGF) 단백질의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억제한다. 발병 원인을 제거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올릭스는 OLX101로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
황반변성 치료제로 807억 원 규모 계약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인 ‘OLX301A’도 있다. 황반은 안구 벽의 일종인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이다. 이 황반에 있는 망막색소 상피세포에 변성이 생기면 중심시력이 떨어지면서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안구 벽의 일종인 망막에 쌓이는 불순물의 성질에 따라 습성과 건성으로 구분된다. 후기 황반변성 환자 기준으 로 통상 70%가 습성, 30%가 건성이다.
이 대표는 “습성은 루센티스, 아일리아 등 치료제가 있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건성 황반변성은 치료제가 없다”며 “건성 황반변성에서 혁신신약을 내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올릭스는 이 황반변성 치료제로 지난해 3월 프랑스 안과 전문의약품 개발사인 테아에 807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하기도 했다.
내년 2조 원 기술이전 계약 목표
올릭스는 특정 장기만 골라 약물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도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일부 장기의 세포에선 특정 수용체가 유독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 관찰된다. 간세포 표면에 있는 당단백질 수용체인 ASGPR 이 대표적이다. 이 수용체와 잘 결합하는 물질을 siRNA 말단에 붙인다면 간세포를 표적화하는 RNA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올릭스는 ASGPR 수용체를 표적화하는 갈낙 링커 기술을 갖고 있다. 올릭스 고유의 asiRNA 말단에 당단백질의 일종인 N-아세틸갈락토사민을 접합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 하면 피하주사(SC) 제형의 RNA 치료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 회사는 갈낙 기술을 적용해 간섬유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 6월엔 유럽에 있는 시총 15조 원 규모의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150만 달러의 연구비도 지원받았다. 간 질환 표적 유전자 4종의 발현을 억제하는 후 보물질을 개발하는 조건이다. 이 대표는 “보통 표적 유전자 하나당 5000 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되는 게 최근 추세”라며 “표적 유전자 4종의 후보물 질을 모두 개발하면 내년께 최대 2조 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글 이주현 기자 사진 신경훈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0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