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한 마라토너’로 불렸지만 한국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룬 최윤칠 대한육상연맹 고문이 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1928년 함남 단천군에서 태어난 최 고문은 1948년 6월 당대 최고 마라톤 스타였던 서윤복 선생에 이어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 8월 7일 열린 런던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했다.
38㎞까지 선두로 달렸지만 근육 경련 때문에 결승선을 3㎞ 정도 앞두고 기권했다. 최 고문이 35㎞를 2시간06분02초, 1위로 통과한 것을 증명하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렇게 최 고문은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달고 출전한 첫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가 될 기회를 놓쳤다. 6·25전쟁의 상흔을 안고 출전한 1954년 마닐라 아시안게임에서는 육상 1500m에 출전해 3분56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첫 번째 금메달이었다. 이에 앞서 1950년 보스턴마라톤에서 함기용, 송길윤에 이어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빈소는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0일 오전 10시.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