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들어 합격자 18명…'연대 민주화운동전형' 특혜일까 [팩트체크]

입력 2020-10-09 08:30
수정 2020-10-09 10:06

연세대 수시전형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응시해 합격한 신입생이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제출 받은 '연세대 민주화운동 관련 기회균형선발 전형 현황'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8학년도부터 2020학년도까지 연세대 서울캠퍼스에만 이 케이스로 15명이 입학했다. 미래(원주)캠퍼스 3명까지 합산하면 총 18명이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8학년도 합격자가 10명(서울캠퍼스 기준)으로 급증한 게 눈길을 끌었다. 2017학년도 합격자가 2명에 그쳤던 데 비하면 확연히 늘었다. 정부 영향으로 특정 집단이 혜택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곽상도 의원은 "해당 전형 합격생의 부모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경닷컴> 취재 결과 일부 정치권과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는 '특혜' 의혹은 부풀려진 면이 컸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전형 별도 존재?…"사실 아냐"우선 일부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및 자녀를 위한 수시 전형'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및 자녀는 연세대의 '기회균형 전형'을 지원할 수 있는 자격 조건 중 하나다. 별도 전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 민주화운동 관련자뿐 아니라 독립유공자·국가유공자·다자녀가정 자녀 등도 기회균형 전형의 지원 자격 중 하나다.

이들이 각각 별도 쿼터를 둔 게 아니므로 일단 지원하면 전형 진행과정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라고 해서 받는 특혜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연세대 입학처의 설명이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라는 것은 기회균형 전형 속 지원 자격의 일부"라며 "자격이 돼 기회균형 전형으로 모집된 이후부터는 다른 자격으로 지원한 응시생들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하며 그 속에서도 철저히 성적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도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격으로 합격자가 10명으로 늘어난 것은 철저히 그들의 성적에 따른 결과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나 불공정이 개입된 것은 없다"며 "해마다 합격자 수가 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승환 연세대 총장도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기회균형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7~8개며 그 중 하나가 민주화운동 기여자"라며 "여러 카테고리 지원자들을 모아 이름도 경로도 모르고 '블라인드 평가'해 선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원 못하는 학과 상당수…모집인원도 2~3명 '불과'
기회균형 전형의 경우 여타 수시 전형과 달리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학과가 상당수다.

합격자 급증으로 문제가 된 2018학년도 수시모집 요강을 살펴보니 10개 학과가 속한 문과대학에서 기회균형 전형으로는 지원이 불가능한 학과가 6개였다. 생활과학대학 등 일부 단과대학에서는 기회균형 전형으로 일체 선발하지 않고 있었다.

모집 인원도 다른 전형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컸다. 평균 2~3명 수준에 불과했다. 문과에서 수시 모집 인원이 170명으로 가장 많은 경영학과(2018학년도 기준)도 기회균형 전형에는 8명만 배정됐다. 이 역시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등 다양한 지원 자격 응시자들과 경쟁해야 했다. 2019~2020학년도 입시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경쟁률로 따져봐도 특혜를 받고 합격했다고 보긴 어렵다. 2018학년도 연세대 학생부종합전형 중 '면접형'과 '활동우수형' 평균 경쟁률은 각각 6.04대 1, 9.89대 1인 반면 '기회균형'은 7.77대 1이었다. 평균 경쟁률이 다른 전형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학과별로 다른 전형에 비해 오히려 경쟁률이 높은 경우도 많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도 작년에야 폐지됐다. 연세대는 2019학년도까지 지원자 본인이 국가유공자, 민주화유공자, 5·18민주화유공자인 경우를 제외하면 기회균형 전형에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했다. 연대 해명에도 "입시 공정성 논란, 쉽게 안 꺼질 듯"그러나 이같은 연대 측의 설명에도 입학전형 공정성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별도 지원 자격으로 둘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과 함께 민주화운동 관련자 선정 기준도 다소 모호할 수 있다는 시선 때문이다.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심사를 거쳐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격을 얻는다고는 하지만 선정 기준을 두고 뒷말이 많다. 곽상도 의원도 "민주화 관련자 전형은 (국가유공자와 달리) 지원 근거가 없다"며 "이런 전형은 과거 386, 현재 586 세대 자녀의 명문대 입시에 특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세대 외에도 고려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도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지원 자격으로 두고 유사한 전형을 시행하고 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그렇게 따지면 다자녀가정 자녀, 국가유공자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 타 대학에서도 유사한 지원 자격을 두고 학생을 선발하는데 왜 유독 연세대만 거론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