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저축은행 '코로나 셧다운'에도 정상운영…비결은 '디지털'

입력 2020-10-09 10:00
수정 2020-10-09 10:05
KB저축은행 콜센터에서 2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지난 8월19일. KB저축은행의 중추를 이루는 영업부와 기업금융부, 리테일 담당 부서 전원이 자가격리 조치됐다. 콜센터가 서울 송파구 가락동 본사에 있기 때문이었다. 여·수신(대출) 업무 전체가 '셧다운'될 위기였다. 여전히 대부분의 업무가 대면으로 이뤄지는 저축은행의 통념으로 보면 더욱 그랬다.

본사가 비었지만 여·수신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불과 한달 전 런칭한 '키위뱅크'가 답이었다. 키위뱅크는 대출 프로세스를 100% 비대면화한 앱이다. 기존에도 KB착한뱅킹 앱이 있었지만 신용이 낮은 대출신청자는 수기 심사작업이 필요했다.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 국세청에서 끌어온 소득재직정보를 직접 들여다보고 대출의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야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직원이 출근하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했다. 키위뱅크는 신용이 낮은 대출신청자도 대출이 가능하다. 저축은행업계에서 100% 대출심사를 자동화한 곳은 아직 KB저축은행이 유일하다.

KB저축은행은 키위뱅크에 그간 리뉴얼한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을 새롭게 장착했다. 대출심사를 100% 비대면으로 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CSS를 완전히 새로 개발해 심사기준을 더 세밀화한 덕분에 키위뱅크를 통한 자동심사가 가능해졌다"며 "수기로 하는 것만큼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자산의 유입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저축은행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은 디지털 인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력을 유지하는 데 위기도 있었다. 케이뱅크에 파견갔던 1명을 포함해 핵심인력 2명이 퇴사를 하게된 것.

영업이 콜센터 위주로 이뤄졌던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디지털 인력이 절실하다는 말이 많다. KB저축은행은 신홍섭 사장이 취임한 2017년부터 개발인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17년 전체 140명의 직원 중에서 디지털 인력은 10명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디지털혁신부를 새로 꾸렸고, 지금은 160명 중에서 35명이 디지털 관련 인력이다. 최종적으로는 전체 인력의 50%를 디지털 인력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연봉을 많이 주고 고급인력을 끌어오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그래서 디지털 연략을 일부 갖춘 신입직원 위주로 디지털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입사하면 별도 업무를 주지 않고 개발인력의 '조수'로 수개월간 일을 시키면서 노하우를 배우게 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디지털' 토론 시간을 공식화했다. 일주일에 한번 디지털을 주제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디지털티타임'을 마련했다. 디지털티타임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라면 '디지털쌈바타임'은 논의된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실무적인 시간이다. 지금은 일상처럼 자리잡으면서 '디지털 아이디어보드'로 통합됐다.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1년에 최대 9개월간의 연수도 신설했다.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연수 뿐 아니라 회계 연수도 같이 듣는다. 디지털+금융 인재를 기르자는 취지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