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이 낙태죄를 형법에서 완전히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죄로 처벌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전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은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광장에서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의 처벌조항을 형법에 그대로 존치시키는 것은 위헌”이라며 “낙태죄 관련 법 개정에서 임신 주수에 따른 허용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낙태죄와 관련한 형법 개정안에 있어 형법 제269조 1항(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과 2항(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처벌한다), 그리고 제270조(의사, 한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현행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들은 임신 주수에 따른 허용 시기 구분이 법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임신 주수에 대한 판단은 마지막 월경일, 착상 시기를 기준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르고 임신 당사자의 진술 등을 참고해 ‘유추’되는 것일뿐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주수 제한은 처벌 조항을 유지하기 위한 억지 기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모낙폐는 상담과 숙려기간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임신 14~24주 사이 시기에 임신 중지를 하려는 여성은 상담기관을 통해 증명을 받아야 한다. 이들은 “의무 숙려기간은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규제로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세계산부인과학회 등에서도 거듭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내용이다”며 “프랑스에서도 2015년에 숙려기간 규정을 폐지했고, 영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의무 숙려기간 없이 상담은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의료인의 의료 행위 거부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영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산부인과의 지역별 격차도 매우 큰 상태에서 상담기관과 의료기관을 찾아 전전해야 하는 것”이라며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의료행위 거부는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