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위 만난 이재용 "대국민 사과 약속, 반드시 지킬 것"

입력 2020-10-08 18:47
수정 2020-10-08 18:4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기자회견 당시 밝힌 '준법 경영'에 대한 이행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삼성의 외부 준법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후 열린 준법감시위 정기회의에 앞서 위원회 요청으로 위원들과 면담을 하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6일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한 이후 5년 만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4세 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폐기' 등을 선언하며 과거 잘못된 부분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삼성을 새롭게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준법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비공개"라면서도 "준법감시위 위원들과 이재용 부회장은 향후에도 이러한 소통의 자리를 자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준법위원회는 면담 이후 이어진 정기회의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7개 협약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세 가지 의제에 대한 구체적 이행 방안의 진행 경과를 보고 받았다.

한편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준법위와의 면담을 마친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네덜란드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공장을 점검한 이후 5개월여만의 해외 현장경영에 나선 것이다.

목적지가 네덜란드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부인 반도체 부문에 대한 사업전략 점검 차원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네덜란드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에 독점 공급하는 ASML이 있다.

가격이 대당 2000억원에 이르는 EUV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가 ASML밖에 없다 보니 글로벌 파운드리 1·2위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 간 장비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전 세계에서 EUV 장비를 활용해 7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1m) 이하 반도체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메모리반도체인 D램 생산에도 EUV 공정을 전면 적용할 예정이어서 EUV 장비 추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네덜란드 방문 이후 약 일주일 간 스위스를 비롯해 유럽 주요 지역들을 돌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배터리 등 다양한 신사업 영역에서의 비즈니스 미팅를 진행할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귀국 이후 글로벌 현장경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어서다. 오는 22일과 26일 각각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다음달 본재판이 시작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