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측근 공연기획사에 20억 몰아주기…직접 개입 정황"

입력 2020-10-07 18:37
수정 2020-10-07 18:55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7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측근이 설립한 공연기획사가 청와대 행사 수주를 따내는데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해외문화홍보원, 노르웨이 순방 문화행사 실시 통보받을 때 이미 탁 비서관의 지인이 설립한 ‘노바운더리’로 내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부처 행사 수주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청와대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면서 "지난 7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측근이 설립한 ‘노바운더리’가 청와대와 정부의 행사를 ‘특혜 수주’ 의혹이 보도된 이후, 현재까지 파악된 노바운더리의 정부 및 지자체 행사 수주 건수는 30건에 최소 2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의혹 보도 이후, 청와대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은 부처 행사 수주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을 했고, 국회 운영위원회를 비롯한 다수의 상임위에서 제기된 노바운더리 특혜수주 의혹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해외문화홍보원, 외교부, 노르웨이대사관, 주태국 문화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노바운더리의 특혜수주는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 7월과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문체부의 ‘노르웨이 순방 문화행사(2019.6.11.~12)’ 대행사로 ‘노바운더리’가 선정된 배경을 묻는 야당을 상대로 '계약은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했다'고 답변했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문화행사는 유관부처(문체부, 해문홍)에서 주는 대로 하라고 하니 했다'며 '(노르웨이대사관은)명의만 빌려준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노르웨이대사관 관계자는 '자문위원(탁현민 당시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께 행사업체를 추천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해외문화홍보원 등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확인한 노바운더리 선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2019년 4월, 해문홍은 노르웨이대사관으로부터 ‘대통령 순방에 문화행사가 있다’는 전문을 받게 되고, ② 당시 해문홍 담당과장은 전문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 전화를 했다. ③ 그 통화 과정에서 ‘노바운더리’가 이미 대행사로 선정되어 사전답사까지 마친 상태였던 것이다.

이 의원은 "이를 종합해 보면, 노르웨이 대사관이 탁현민 의전비서관에게 대행사 선정을 요청했고, 탁 비서관이 ‘노바운더리’를 선정한 상태에서 해문홍에 행사비용 예산집행을 통보하게 된 것"이라면서 "이는 청와대가 '의전비서관실은 부처 행사 수주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라고 한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태국 순방 문화행사(2019.9.2)’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증빙자료를 제시했다.

태국 순방의 경우 주태국 한국문화원은 ‘모 업체’로부터 8월 16일 발행한 1억 2,020만원의 견적서와 8월 19일 발행한 ‘노바운더리’은 9,691만원의 견적서를 받았다. 계약은 8월 22일 노바운더리와 했고, ‘최저가격’ 낙찰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출연자 추가’를 이유로 8월 29일, 1억 1,968만원을 추가로 한 2차 계약이 이뤄졌고, 총 2억 1,659만원이 노바운더리에 지급되었다.

2차 계약이 ‘출연자 추가’가 이유라면 2차 견적서가 1차 계약과 2차 계약 사이인 8월 22일과 29일에 발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1차 견적서와 같은 날인 8월 19일에 발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노바운더리가 이렇게까지 ‘쪼개기 견적’을 한 배경으로 ‘모 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서보다 적은 금액의 견적서가 있어야 향후 문제가 없기 때문이고, 이를 바탕으로 ‘쪼개기 계약’까지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문체부가 주장해온 노바운더리 선정 배경과 주체에 대한 설명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노바운더리를 위해 정부가 쪼개기 계약까지 하는 것이 특혜 수주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SBS는 “탁 비서관의 측근이 세운 기획사가 대통령 외국 방문 행사를 맡은 것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탁현민 측근의 기획사만 단독으로 견적서를 내서 사업을 따낸 게 법령 위반이라 그게 특혜라는 의혹인데 행사 결정되기 전에 탁 비서관과 기획사가 현지 답사까지 다녀온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주노르웨이 한국대사관은 이 콘서트와 다음날 한국 음악 공연의 기획을 ‘노바운더리’라는 회사에 5억4300만 원을 주고 맡겼고, 대통령 참석 등 보안상 이유로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노바운더리는 탁 비서관의 측근이 재작년 설립한 기획사다. 대사관 측은 “대통령 방문 3주 전쯤 행사 일정이 확정돼 시간이 촉박해 그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SBS는 “용역 결과 보고서를 확인해보니 노바운더리는 행사 두 달 전인 4월 10일과 한 달 전인 5월 10일, 두 차례 현지 공연장 답사를 간 것으로 돼 있었다. 당시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던 탁 비서관의 동행 사실도 추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탁 비서관은 SNS 글을 통해 "그러니까 sbs 보도는 보안 요소는 중요치 않으니 대통령 행사의 동선, 장소, 내용을 사전에 다 공개하고 해외 순방의 경우 상대국 정상의 참석 여부 또한 같이 공개되어도 상관없는 것이고, 총연출자의 의도와는 무관한 두 개 이상의 업체에 비교 견적을 받은 후 그것을 답사도 없이 15일 이내에 한류스타 해외 공연장, 해외 출연진 등으로 구성한 뒤 멋진 영상으로 만들어서 모든 스텝들을 꾸려서 어떤 사고 없이 완성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