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공통점이 많다. 21대 국회 초선의원에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무엇보다 ‘고졸 흙수저 출신’으로 국회의원에 오른 ‘개룡인(개천에서 난 용)’이다. 양 의원은 광주여상을 졸업해 삼성전자 임원을 지냈다. 서 의원은 고졸 9급 면서기 출신으로 거제시 부시장을 지냈다. 서로 다른 정당에 속했지만 청년을 위한 희망 사다리를 재건해야 한다는 데 두 의원은 공감했다. 두 의원은 청년에게 가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정치권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이 두 의원을 따로, 또 같이 만났다.
▷사회=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서일준 의원=좋은 일자리가 자꾸 줄어드니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쓰지 않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양향자 의원=청년들이 경쟁을 뚫고 사회에 나왔는데 누구는 ‘아빠 찬스다, 엄마 찬스다’ 하니 분노를 느끼는 겁니다. 청년들 분노에 공감합니다.
▷사회=좋은 일자리는 왜 사라졌다고 봅니까.
▷서 의원=기술 발전의 결과이긴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하는 겁니다. 점점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청년에게 기회를 확대하는 데 교육이 어느 정도 중요할까요.
▷양 의원=상고를 졸업하고 연구원 보조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연구직으로 임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교육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은 사내대학을 세워 인재를 육성했어요. 사내대학에서 일반 대학보다 수준 높은 반도체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기업의 사내 교육이 잘돼 있으면 굳이 대학졸업장이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요.(양 의원은 이후 한국디지털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양 의원=대학원에서 깊이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학졸업장이 없으면 대학원에 갈 수 없었죠. 당시 삼성은 사내대학에 대해 교육부 인가를 받으려고 했지만 잘 안 됐어요. 일반 대학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는데도 대학원 진학을 할 수 없어 답답했죠.
▷사회=교육제도는 당시와 많이 변한 게 없어 보입니다.
▷양 의원=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제도의 유연화가 필요합니다. 실업계 고등학교는 씨가 마르다시피 하고, 대학교는 실업자 양성소가 됐습니다. 산업과 연계된 교육이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제 경험입니다.
▷사회=요즘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립니다.
▷서 의원=과거에는 공무원 시험이 저처럼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에게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위 명문대를 나와도 9급 시험을 보겠다고 합니다. 국가적으로 손실입니다.
▷사회=공무원 시험이 공정하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서 의원=공무원 되는 데 ‘올인’해야 하는 게 문제입니다. 지방에서는 9급으로 시작하면 5급이 되기까지 30년 걸립니다. 현 제도가 결코 공정하다고 볼 수 없죠. 사회 변화에 맞게 공무원 선발 제도를 통합해 뽑되 공공과 민간의 인사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이제 ‘금수저’뿐만 아니라 ‘동수저’까지 대물림된다고 합니다.
▷양 의원=대물림 자체를 죄악시해서는 안 됩니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대물림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 전체를 위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계층 이동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뭘 해야 할까요.
▷서 의원=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니 사다리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처럼 극소수에 혜택을 주는 방식은 안 됩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 기업의 몫입니다.
▷사회=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 의원=아무리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쓰더라도 나이가 마흔이 넘으면 자기가 노력한 만큼 인생을 살게 됩니다. 결국 인생은 자신의 몫입니다.
▷양 의원=절대로 ‘빽’ 있고 돈 있는 사람만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작은 성공을 여러 번 하길 바랍니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