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변론권 침해…변호사들 '분통'

입력 2020-10-07 17:30
수정 2020-10-08 03:25
변호사들이 검찰과 법원으로부터 변론권을 침해당했다며 반발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변호인 접견권이 침해되는 행위가 발생했다며 책임자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7일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변협에 따르면 심모 변호사는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긴급체포된 피의자 두 명을 변호하기 위해 검찰에 접견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담당검사는 한 명의 변호인이 ‘대향범(對向犯)’ 관계인 두 당사자를 동시 대리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사유를 들었다. 대향범이란 가령 뇌물을 준 자와 받은 자처럼 서로 반대되는 행위를 하면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는 범죄를 일컫는다. 변협은 “대향범은 변호사법에 규정된 수임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자의적 해석으로 변호인의 접견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엔 ‘라임자산운용 사태’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김정철 변호사가 핵심 피고인의 재판을 방청하려다 거부당한 사건이 있었다. 김 변호사는 당시 검찰 요청으로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기로 돼 있었다. 증인신문 절차 전 재판을 지켜보며 피고인의 주장을 살펴보려고 했지만, 방청권을 추첨받지 못했다는 등 이유로 방청을 거부당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5일 서울남부지법에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서울변회는 8월에도 “다양한 형태의 변론권 침해행위가 지속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규탄 성명을 낸 바 있다. 올 5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의 변호인에 대해 의정부지검 검사가 영장도 없이 몸수색을 시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7월 서울중앙지검이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소환 조사하면서 이 전 기자 변호인의 수사 참여를 거부한 점도 논란이 됐다. 서울변회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온라인 등에서 각종 공격을 받는 것도 변론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차만 마시는 것’이라며 피의자 등에게 변호인 없이 출석할 것을 요구하거나, 조사를 하면서 사건 관계인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경우도 있다”며 “국민 피해와 직결되는 변론권 침해 행위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야당 인사의 대리인이나 여권이 껄끄러워하는 사건의 변호인들이 권리를 침해받는 경우가 집중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우연일 수 있지만 여권 인사는 ‘특혜 논란’이 일 정도로 변론권이 충실히 보장되는 것과 대비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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