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위기가 누구에게는 기회’라는 말이 증권업계 화두로 부상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스마트폰업계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낙수효과’로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3분기 삼성폰 판매량 49%↑”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8059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직전 분기 대비 49.1% 늘어난 규모로 2017년 3분기 이후 최대치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효과가 벌써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핵심 부품 수급이 중단된 상태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는 재고 소진이 예상되는 내년 1분기부터 신제품 생산이 불가능해 스마트폰 사업이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는 지각변동 수준의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작년 기준 18%지만 내년에는 3~4% 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가 생산하던 2억4000만 대 규모의 휴대폰이 어느 업체에 돌아갈지 기대가 크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내년 3억2000만 대로 올해 대비 18%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주는 ‘트리플 호재’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 납품사를 주목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부품 국산화 기조로 국내 부품사에 우호적인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용 전력 증폭기 모듈을 제조하는 와이팜이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최근 주요 자산운용사가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핫스톡’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에 5개의 전력증폭기 제조사가 있는데, 한국 업체로는 와이팜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국내 부품을 우선적으로 늘린 다음 부족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와이팜은 증폭기 부문 국내 독점 업체”라고 설명했다.
5G용 전력 증폭기 제조사 중 3곳은 미국 업체, 나머지 한 곳은 일본 업체여서 와이팜의 중국 시장 진출 기대도 높다.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를 표적으로 하고 있어 샤오미, 오포 같은 중국 업체들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분쟁 중인 미국이나 사이가 껄끄러운 일본보다는 한국 업체의 부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와이팜의 중국 사업은 준비 단계여서 기대가 실적으로 연결된 상황은 아니다.
스마트폰용 표면탄성파(SAW) 필터 제조사 와이솔도 수혜주로 꼽힌다. SAW는 통신에서 불필요한 주파수를 걸러주는 핵심 부품이다. 5G 스마트폰에는 SAW가 아니라 고부가가치 체적탄성파(BAW) 필터가 필요해 5G 스마트폰 생산 확대에 따른 성장이 예상된다. 이성훈 신영증권 연구원은 “BAW는 SAW 대비 평균공급단가(ASP)가 2~3배”라며 “와이솔의 2022년 BAW 필터 매출은 2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650%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폴더블폰 부품사도 수혜
삼성전자가 독보적 입지를 점하고 있는 폴더블폰 부품사도 성장이 예상된다. 폴더블폰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폴더블폰 판매량은 올해 350만 대 수준에서 내년 1500만 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폴더블폰의 접히는 부분인 힌지(경첩)를 제조하는 KH바텍이 대표 수혜주다. 최근 신제품 출시 지연으로 부진했지만 내년부터 다시 성장이 예상된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바텍은 폴더블폰 힌지의 명실상부한 메인 공급사”라며 “내년 영업이익은 530억원으로 올해 대비 171.6%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카메라 손떨림보정장치(OIS) 제조사 자화전자도 폴더블폰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업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