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수도관에 들어가는 폴리염화비닐(PVC)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불합격'한 제품으로 나타났다. 상·하수도관의 품질 저하로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상하수관으로 사용되는 PVC관의 조사를 실시했다. PVC수도관 조사대상 59건 가운데 30건이 불합격을 받아 인증취소, 판매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폴리에틸렌(PE)관도 13건의 샘플조사를 실시했는데, 3건이 인증취소 또는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다. PVC관과 PE관을 합치면 총 72개 제품 중 33건이 불합격 처분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노후된 하수관을 신설관으로 교체했지만 당시 매립된 하수관을 무작위로 채취해 성분 분석을 했는데, 조사대상 하수관 2건이 모두 일부 항목 미달에 따른 품질부실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자체는 하수도법 시행령에 따라 KS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공사했지만 제품 품질이 미달했다.
상·하수도관의 품질 문제가 싱크홀(지반 침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발생한 싱크홀의 53.8%가 상·하수도관이 원인이었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상·하수도관 원인에 따른 싱크홀 발생율은 61.7%에 달했다.
정 의원은 "KS인증의 사후관리 부실"을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사후관리는 시판품 조사와 정기심사로 분리해 시행되고 있다. 시판품 조사는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해 발생이 예상'되는 제품에 한해 조사한다. 정기심사는 1년, 3년 주기로 실시하지만 서류 중심 검사다. 정 의원은 "국민들이 KS인증을 신뢰하는 만큼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서는 철저한 전수조사가 요구된다"며 "제대로 된 KS인증 제품이 생산되고 유통되는지를 검증하고 사후관리할 수 있는 점검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품질관리 선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 NSF(미국국립위생협회)의 사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