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비공개 행정규칙’을 수년간 법제처에 통보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공개 행정규칙을 법제처에 알리지 않는 것은 대통령령 위반에 해당한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제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그동안 훈령이나 예규를 비공개한 사유나 해당 규칙명을 법제처에 한 번도 통보하지 않았다. 경찰청이 운영 중인 비공개 행정규칙은 총 27건으로 알려졌다.
중앙행정기관이 비공개 행정규칙을 정하고 운영하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다. 각 기관은 공개될 경우 국가에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 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정보를 비공개 행정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비공개 행정규칙을 발령하는 경우 10일 이내 법제처장에게 그 사유를 알려야 한다.
그럼에도 경찰청은 법제처에 비공개 행정규칙의 이름조차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안전부, 소방청, 인사혁신처 등은 비공개 행정규칙을 발령할 때마다 법제처에 통보한 것과 다르다. 비공개 행정규정을 법제처에 통보하지 않는 것은 국가기관 법제업무 운영규정에 어긋나 대통령령 위반에 해당한다. 경찰청은 오 의원 측이 비공개 행정규칙 리스트와 발령 사유를 요구하자 “이름까지도 기밀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경찰청이 사실상 ‘깜깜이’로 입맛에 맞는 내부규정를 운영했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오 의원은 “경찰청 내부규칙이 불투명하게 관리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비공개 행정규칙은 법제정보시스템에 등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 섬세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부처 전체의 비공개 내부규정은 약 280개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에선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운영하는 비공개 내부규정을 일정 기준에 따라 공개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것을 권고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