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휴대폰 안에 여권을 넣은 국내 중소기업

입력 2020-10-07 16:26
수정 2020-10-07 18:32

전세계 유일한 공용 신분증인 여권. 국내 한 중소기업이 여권을 스마트폰에 탑재한 모바일여권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글로벌 신분인증 시장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외국인 상대 세금 환급 서비스를 확대하며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모바일 솔루션기업 로드시스템은 QR코드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여권 생성 시스템을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작년까지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 잇따라 특허를 출원했다. 이 회사 애플리케이션(트립패스)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암호화된 ‘일회용 여권 QR코드’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관세청에 등록된 연간 20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정보가 실시간 연동되면서 가능해진 서비스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여권 분실사고가 연간 10만건에 달한 가운데, 외국인들은 여권 분실이나 도용 걱정 없이 안전하게 휴대폰으로 신분 인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로드시스템은 모바일 여권 기술을 기반으로 세금 환급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3만원 이상 국내 제품을 구입하면, 개별소비세 및 부가가치세(7~10%수준)를 환급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환급 혜택을 받기위해선 출국시 공항에서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며 여권과 구매 제품 영수증을 모두 제출해야 하는 등 불편이 컸다. 하지만 이 회사 앱을 활용하면 공항에서 기다리거나 구매 영수증을 따로 챙길 필요없이 환급할 세금을 공제한 할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모바일로 제공하는 회사도 세계에서 로드시스템이 유일하다. 현재 대구시와 서울 동대문구 상가 일대에서 로드시스템의 기술을 활용한 외국인 세금 환급 서비스가 시행중이며 향후 신촌 홍대 제주 지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독보적인 모바일 여권 기술력 덕분에 국내외 기업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로드시스템의 신분 인증 기술을 활용해 외국인 전용 체크카드 발급을 추진하고 있다. 로드시스템은 KB국민카드와 3700억원 규모인 제주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 화폐) 운용사업에도 참여해 향후 18조원 규모인 전국 지역화폐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전국 제로페이 가맹점 62만곳에서도 이 회사의 신분 인증 및 모바일 결제기능이 활용되고 있다. 로드시스템은 올해부터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세계 최대 메신저앱인 위챗페이 회원을 대상으로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2억명에 달하는 위챗페이 회원을 주요 잠재 고객군으로 확보하게 된 것이다.

로드시스템은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출신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만 25년인 장양호 사장이 2015년 설립했다. 세계 첫 모바일 여권 생성 시스템 개발도 그의 작품이다. 올들어 금융IT와 리스크관리 전문가인 이상철 전 외환은행 부행장이 이 회사 경영진에 합류했다. 그는 감사로 활동하며 글로벌사업 확대를 돕고 있다.

모바일여권 기술의 장래가 촉망받는 이유는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닫혔던 국경이 점차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중국 관광객은 3만9356명으로 4월보다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중단됐던 일본과의 기업인 단기 방문도 특별입국 절차를 통해 8일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신분인증 기술은 대표적 비대면 기술로 금융 결제 유통 등으로 연결되는 그 파급력 때문에, 전세계 시장이 252억달러(2025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양호 사장은 “이 기술을 통해 관광객에겐 편리함을, 사업주에겐 비용 절감을, 정부엔 투명한 조세환경을 제공하게 됐다”며 “아시아와 유럽을 비롯해 세금 환급 제도를 운영하는 전세계 82개국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