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두산인프라코어 5곳 숏리스트에.. 이스트브릿지 등 추가

입력 2020-10-07 13:57
수정 2020-10-07 15:19
≪이 기사는 10월07일(11:5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로 현대중공업과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등 총 5곳이 선정됐다. 입찰 진행 전에는 대규모 소송 리스크 등으로 인해 인수전이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외견상으론 복수의 굵직한 후보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7일 채권단 및 사모펀드(PEF) 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전날 저녁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 중 최소 5곳에 숏리스트 포함 사실을 통지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쟁사인 현대건설기계를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국내 PEF인 MBK파트너스,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 골드만삭스 출신 최동석 대표가 이끄는 중견 PEF 이스트브릿지도 숏리스트에 합류했다. 복수의 전략적투자자(SI)들과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에는 모두 8곳 이상이 참여했으나 낮은 금액을 써낸 후보 일부는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중견 PEF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들은 다음 주부터 두산인프라코어 실사를 할 예정이다. 매각 측은 이달 말 최종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두산모트롤BG 매각 때처럼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뽑은 뒤 마지막까지 경쟁을 붙이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등 건설용 중장비와 관련 엔진 등을 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밥캣을 제외하고 나머지 계열사만 합산한 두산인프라코어의 작년 매출액은 약 4조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약 5000억원 가량이다.

중국 사업의 비중이 높아 중국 건설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초에는 판매가 미진했지만, 오히려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중국 경기가 급격한 'V자' 반등을 보이면서 최근 실적은 호조를 띠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굴삭기 판매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10% 늘어난 1만728대에 달했다.

특히 인수전 분위기가 달아오른 계기는 두산그룹의 통 큰 지원이다. 그동안 매각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FI들과의 소송전 문제에 대해 '패소하면 책임지겠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인수 후보들이 마음 놓고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소송전 패소 리스크를 부담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중국 법인 DICC에 FI들의 3800억원 투자(지분율 20%)를 유치하면서 2014년 4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기한 내에 IPO가 이뤄지지 않자 FI들은 계약서에 보장된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을 행사해 100% 지분에 대한 매각작업을 벌였으나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 FI들은 두산 측이 실사 등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두산 측 손을 들어줬으나 이듬해 2심(서울고등법원)에선 FI들이 이겼다.

양측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두산그룹과 IMM PE는 대법원에 빨리 결과를 내 달라는 요청도 해놨다. 항소심에서 서울고법이 원금 3800억원에 내부수익률(IRR) 15%를 합해 7100억원을 물어주라고 두산 측에 판결했기 때문에, 이후 이자를 포함하면 배상 규모가 1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두산 측의 손을 들어주는 파기 환송을 선택할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보는 분위기다. 이 경우 다시 FI들의 손해액을 계산하게 되며, FI들이 지금까지 거론된 것보다 훨씬 적은 손해배상액을 받고 합의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두산그룹 측의 발언은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직 아니다.

김리안/차준호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