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면피 자백'도 양심고백 대접?…"리니언시 제도 악용"

입력 2020-10-07 11:24
수정 2020-10-07 11:34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담합 행위를 한 뒤 자진신고를 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깎아주는 '리니언시 제도'에 헛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심 고백'을 감행한 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시작된 뒤 '면피성'으로 자백한 기업에 똑같은 보상을 줘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기업들이 리니언시를 통해 감면받은 과징금은 9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총액(1706억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리니언시를 통한 과징금 감면액 중 공정위 조사 개시 전에 이뤄진 자진신고에 대한 감면액은 303억원(33.4%)에 불과했다. 반면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뒤 조사 협조를 통해 감면받은 금액은 전체의 3분의 2(601억원)에 달했다. 적극적으로 협조해 불공정행위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준 기업의 처벌 수준을 낮춰 준 것이다.



문제는 '양심 고백'과 '면피성 자백'에 대한 과징금 감경 수준이 똑같다는 점이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두 경우 모두 최초 신고·협조자의 과징금은 면제해주고, 두 번째 신고·협조자는 절반을 깎아주도록 돼 있다.

김 의원은 "담합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발적인 신고를 하기보다는 일단 담합을 은폐하고,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뒤 협조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며 "은밀한 공모로 이뤄지는 담합을 잡기 위해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리니언시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자진 신고 기업을 조사 중 자백한 기업과 달리 취급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