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외국에 나간 사이 여자친구의 집에 들어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김용찬 판사는 약 한 달간 교제해온 여자친구의 집에 수차례 출입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자친구 B씨와 결혼을 전제로 만났던 A씨는 지난해 5월 B씨가 해외로 출국한 사이 A씨의 집에 총 8차례 출입했다.
같은 해 6월 A씨는 해외에 있는 B씨와 연락을 주고받다 다퉜고 둘의 관계는 틀어졌다. B씨는 A씨와 헤어진 뒤 "출국 기간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주거지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이유로 A씨를 고소했다.
A씨가 B씨의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직접 알려준 게 아니라 함께 집에 들어갈 때 뒤에서 보고 알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출입행위가 B씨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거나 당시 A씨에게 주거침입의 고의가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추정적 의사란 어떤 사람이 의사 표시가 불가능한 상태일 때, 객관적인 정황으로 미루어 판단할 수 있는 그 사람의 의사를 뜻한다. 객관적인 정황을 고려해도 B씨가 A씨에게 집 출입을 반대하는 의사가 없었다는 의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타인의 집에 들어가는 행위는 집주인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함에도 감행됐을 경우 주거침입죄로 인정된다.
재판부는 B씨가 헤어지기 전에 이미 A씨의 출입을 알고 있었음에도 관계가 악화한 뒤에야 문제 삼은 점, 평소 A씨의 출입을 묵시적으로 허락했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