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대박'으로 뒤에서 웃는 회사가 있다. 게임회사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이 두 회사에 모두 투자한 유일한 기업이다. 최근에 증권업계에선 "넷마블이 본업인 게임보다 투자를 더 잘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전날 상장을 위한 일반 청약을 마감한 결과 최종 증거금이 58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통합 경쟁률은 607대 1. 시중자금 58조원 이상이 빅히트의 주식을 갖기 위해 몰렸다는 얘기다.
빅히트의 공모가는 13만5000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수요로 미루어봤을 때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까지 오르는 것)'이 예상된다. 상장일(15일) 시초가는 최소 12만1500원(공모가액 13만5000원의 90%)에서 최대 27만원(공모가액의 200%) 범위에서 정해진다.
넷마블은 빅히트 지분 24.87%(708만7569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빅히트가 상장 첫날 공모가 2배인 27만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가격제한폭(30%)까지 치솟으면 주가가 35만1000원까지 오른다. 빅히트가 '따상'에 성공할 경우 넷마블의 지분가치는 2조4877억원까지 불어난다.
넷마블은 2018년 6월 빅히트에 처음 투자했다. 투자규모는 2014억원이었다. 넷마블은 2년 반 만에 투자금의 10배가 넘는 투자 수익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방시혁 빅히트 대표가 먼 친척 관계로 알려져 있다.
앞서 넷마블은 IPO 대박을 친 카카오게임즈에도 투자해 큰 이익을 거머쥐었다.
넷마블은 2018년 2월 카카오게임즈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달 10일 카카오게임즈가 첫 거래일에 '따상'에 성공하면서 지분가치가 2008억원으로 늘었다. 2년 반 만에 투자수익의 4배가 넘는 평가이익을 누린 셈이다.
넷마블은 내년 IPO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 주식도 3.94%(1440만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추산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최대 4조4000억원으로 넷마블의 지분가치는 1700억원을 넘는다.
넷마블 주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 6월 9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넷마블 주가는 지난달 말 장중 20만원을 뚫고 올라갔다. 이날 현재 주가는 15만9500원.
전문가들은 최근 넷마블 주가 급등이 본업인 '게임'보단 투자 영향이라고 봤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넷마블 주가는 게임 흥행보다 보유 중인 투자 자산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등의 평가 가치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빅히트와 카카오뱅크는 과거 비상장 시장에서도 호가가 오르면서 넷마블 주가를 견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투자 기업들의 비상장 시장 거래가를 감안한 넷마블의 투자자산 가치는 현재 5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