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부양책 협상…대선까지 뉴욕 증시 흐름은?[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10-07 07:58
수정 2021-01-04 23: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런 트윗이 뉴욕 증시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렸습니다.

트럼프는 6일 오후 2시48분 트위터를 통해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는 협상에 선의로 임하지 않고 있다. 그들의 부양책 제안을 거부한다. 내 협상팀에 대선 이후까지 협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주가뿐 아니라 국채 금리, 달러까지 모두 방향이 뒤바뀌어 버렸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습니다. 시장은 협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소폭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종목으로 봐도 그동안 아웃퍼폼했던 기술주들이 내리고 은행주 등 경기관련주, 코로나 소외주들이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일종의 리플레이션 거래가 나타나고 있었죠.

하지만 오후 2시께 폴리티코가 "민주당과의 부양책 협상을 놓고 공화당 지도부 사이에 많은 회의감이 퍼져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도부와 전화회의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춤했습니다.

결국 트럼프는 30여분 뒤 트윗을 띄웠습니다.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신규 대법관 임명까지 밀어부칠 것을 다짐했습니다.



트윗이 나오는 순간 뉴욕 증시의 지수들은 바닥을 향했습니다. 결국 다우 지수는 375.88포인트, 1.34% 하락했고 S&P 500 지수는 1.40%, 나스닥 지수는 1.57% 떨어져 마감했습니다.

일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벼랑끝 협상 전술을 쓰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월가 대다수는 지금 상황은 부양책 협상이 완전히 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번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세에 몰렸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지표는 완연히 꺾였습니다. 재정 부양책이 지난 7월말부터 끊어진 효과입니다. 게다가 본인도 코로나에 걸릴 만큼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되면서 경기 회복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부양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협상은 민주당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참을 수 없는 일이 아니었나 합니다.



두 번째. 지난주 하원이 민주당의 2조2000억 달러 부양책 수정안을 통과시킨 뒤 기술적으로 기존 민주당 안을 수용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많지 않았습니다. 다음달 3일 선거를 앞두고 대다수 하원의원들은 지역구로 돌아가 선거운동중인 상황입니다. 435명에 달하는 이들을 다시 워싱턴으로 불러 모아 새로운 합의안을 처리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이번에 낸시 펠로시 의장과 새 부양책에 합의했어도, 하원 통과는 대선 이후로 밀릴 공산이 매우 컸습니다.

세 번째. 만약 민주당 안을 전폭 수용해 합의한다고 해도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을 설득해 이를 상원에서 통과시키기가 쉽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부터 민주당 안에 대해 노골적 반대를 표명해왔지요.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주장해온 뉴욕 캘리포니아 미시간 등 지방정부에 대한 4360억 달러의 지원 방안(공화당은 2500억 달러), 내년 1월까지 연방정부가 실업자에 대해 주당 600달러 추가 실업급여를 지원하는 방안(공화당은 연말까지 주당 400달러) 등을 포퓰리즘이라며 거부해왔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하지 못하는, 그리고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는, 게다가 시행이 대선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은 부양책에 합의하기보다 현 상태로 대선에 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가 자신이 주도하지 못하는 판을 흔들어버린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미국의 동학개미인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따르는 데이브 포트노이는 “트럼프가 만약 자신을 뽑지 않으면 증시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의도적으로 판을 깨면 그는 이길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는 이런 상태라면 대선 패배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경제는 엉망입니다. 9월 고용지표를 보면 구직자 증가세는 꺾이고 영구실업자가 늘고 있습니다. 개인소득은 감소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이전소득에 지탱해 이뤄져온 민간 소비마저 꺾이는 판입니다.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에서 연설에 나섰던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은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고 경제 회복 노력을 끝내기는 아직 멀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현재 너무 많이 경제를 지원해서 생길 위험은, 지원이 너무 적어서 생길 위험보다 적다. 공격적 경제 지원은 낭비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부양책을 미적거리는 트럼프 대통령 등 정치권에 대한 비판으로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CNN이 이날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57%로 트럼프 대통령(41%)을 무려 16%포인트나 앞섰습니다. 아무리 '반트럼프'를 외치는 CNN의 조사라도 이대로라면 바이든 후보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대로 패배를 기다리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는 뭘 할까요?

우선 트윗에서 밝힌 대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바렛 변호사를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서두를 겁니다. 만약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하려면 연방대법원을 자신에게 친화적인 사람들로 채워놓는 게 우선이지요.

두 번째는 코로나19로부터 3박4일만에 회복한 것을 내세워 "코로나는 감기"라며 표를 모으고, 또 경제 봉쇄를 푸는 방식으로 경기 회복을 꾀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극단적 선택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갈등 고조를 선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쟁은 국민 지지를 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민의 70%가 싫어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사이에 국지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선택까지 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금융시장은 다음 달 대선까지 한 달여간 흔들릴 수 있습니다. 부양책 없는 미국의 경제지표는 꺾어질 것이고, 트럼프의 선거 불복 가능성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할 겁니다. 그동안 많이 오른 종목을 팔아 수익을 확보하는 투자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달만 기다리면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하원을 통과한 2조2000억 달러 상당의 부양책을 즉각 통과시켜 시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진보적 무소속 2명 포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중 이번 선거에 35석이 선거에 나오는데 23석은 공화당, 12석이 민주당 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현재 지역구를 모두 지킨다고 가정할 경우 공화당 23석 중 4석만 가져오면 과반을 달성할 수 있다. 현재 애리조나, 콜로라도, 메인 등 6곳이 치열한 경합주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실 트럼프가 협상 종료 트윗을 날린 오후 2시48분부터 뉴욕 증시는 수직으로 고꾸라졌습니다. 하지만 3시7분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시도를 했습니다. 결국 지수들은 지난 9월말 펠로시 의장과 므누신 장관이 본격적인 부양책 협상에 나서기 이전 수준까지만 되돌려졌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밀렸던 조정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날 미 하원 법사위원회 내 반(反)독점소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6개월간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한 뒤 450페이지 규모의 정책 권고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안에는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이 자체적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 플랫폼에 참여하는 다른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구글에서 유튜브를 분리하거나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될 수도 있습니다. 또 애플이 아이폰 소트프웨어를 통해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위원회 내의 공화당 의원들은 방법론에 반대해 위원회의 공식 권고안이 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할 경우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은 높습니다. 기술주의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당분간 어려울 수 있습니다.

P.S.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서울판 게재를 시작합니다. 몸은 서울에 있지만, 새벽부터 해외 시장을 파헤쳐 매일 아침 8시께 뉴욕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또 한경의 특파원들(뉴욕, 워싱턴, 실리콘밸리, 베이징, 도쿄)과 증권부, 국제부, 마켓인사이트부, 디지털라이브부 기자 10여명도 힘을 모아 <한경 해외주식라운지>('해주라')를 선보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는 그 중 하나의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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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