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DDR5(Double Data Rate 5) D램(사진)을 출시했다. DDR5는 지난 7월 공개된 차세대 D램 표준 규격으로 빅데이터 처리, 머신러닝 등에 최적화된 초고속·고용량 제품으로 기존 DDR4보다 두 배 빠른 차세대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DDR5 D램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2년께부터 신제품을 앞세워 고성능 서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6일 “최신 DDR4 D램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대 1.8배 빠르고 전력 소모가 20% 적은 DDR5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11월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후 인텔 등 주요 파트너사에 시제품을 제공하고 다양한 성능 검증을 완료했다.
SK하이닉스의 DDR5 D램은 빠른 속도와 낮은 전력 소모가 장점으로 꼽힌다. 전송 속도는 4800~5600Mbps다. DDR4(3200Mbps)보다 최대 1.8배 빨라진 것이다. 5600Mbps는 FHD(초고화질)급 영화(5GB) 약 9편을 1초에 전달할 수 있는 속도다. 동작 전압은 1.2V에서 1.1V로 낮아져 소비 전력을 20% 줄일 수 있다.
칩에 오류정정회로(ECC)를 내장해 D램 셀 안의 1bit(비트) 수준 오류까지 스스로 보정할 수 있게 한 점도 특징이다.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이 더해지면 256GB(기가바이트)의 고용량 모듈 구현이 가능하다. TSV는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단 칩과 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다. 와이어로 칩을 연결하는 종전 기술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전기도 적게 소모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DR5 D램을 쓰는 시스템의 신뢰성이 DDR4를 사용할 때보다 약 20배 향상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과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선 DDR5 D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데 2~3년 정도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DDR5 D램을 활용하려면 이를 지원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메인보드 등도 나와야 하는데, 이들 제품의 출시 시점이 2022년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도 전체 D램 시장에서 DDR5 규격 제품 비중이 2022년 10%, 2024년 43%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SK하이닉스의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 7월 “DDR5 D램을 내년 하반기께 본격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DDR5 D램 활용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인텔 같은 CPU 제작사와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인텔은 서버용 CPU 시장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오종훈 SK하이닉스 GSM 담당 부사장은 “향후 DDR5 시장이 활성화되면 언제든지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프리미엄 서버 시장을 집중 공략해 서버 D램 선도 업체의 위상을 더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