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 절실한 건 기업규제 3법 아닌 노동개혁이다

입력 2020-10-06 17:50
수정 2020-10-07 00:18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 ‘노동개혁’이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은 그제 당내 회의에서 “지금까지 노동법은 성역이었다”며 “코로나 이후 4차 산업혁명의 전환 과정이기 때문에 이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힌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을 연계해 논의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야당의 문제 제기가 아니더라도 노동개혁은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과 활력 제고를 위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코로나 사태로 더욱 뚜렷해진 청년 취업난, 소득 양극화, 기업 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 문제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 노동시장 경직성과 강성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친(親)노동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김 위원장이 회고록에 썼듯이 “만악(萬惡)의 근원이 기업 노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불거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일부 직원들의 ‘묶음 작업’이나 ‘내려치기’ ‘올려치기’ 같은 편법 휴식이 가능했던 것도 노조 동의 없이는 전환배치조차 불가능한 기형적 노사관계에서 기인한다.

노동개혁을 위한 노동법 개정은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노조 파업에 대항한 회사의 대체근로부터 허용해야 할 것이다. 파업 중 대체근로를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한국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만큼 재택근무, 탄력근로, 선택적 근로 등에 발맞춰 주 52시간 근로제와 임금 결정방식도 유연화해야 한다. 연공서열제의 원조인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내년부터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급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노동개혁의 적기(適期)다. 과거 독일 네덜란드 등이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것도 진보좌파 정권이 노조를 설득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경제위기를 더 악화시킬 기업규제 3법을 강행할 태세다.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 독소조항이 도입되면 글로벌 경쟁의 최일선에서 뛰는 기업들의 손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어제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이 기업규제 3법의 재고를 호소했음에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 개정을 미루거나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일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코로나 이후 모든 상황이 달라졌는데 정부·여당의 이념 편향만 그대로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정책 전환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