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이에서 ‘계층 상승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관론이 커지는 이유는 여럿 있다. 저출산 고령화 등 영향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고, 인공지능(AI)·자동화 기술 발달로 일자리가 줄고 있다. 정규직 과보호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경직성, 신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 등이 취업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큰 악재 하나가 더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다. 경제위기를 경험한 청년 세대는 10~20년 뒤까지도 취업과 소득 상승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게 국내외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제시 로드스타인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올 7월 발표한 ‘잃어버린 세대? 대침체 이후 노동시장 참가자의 성과’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실업률이 1%포인트 오른 해에 취업한 신규 대졸 노동자는 이후 10년간 실업률이 오르지 않은 때보다 0.1~1.1%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경기침체의 ‘상처 효과’다.
로드스타인 교수는 “대침체기에는 불가피하게 질 낮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사람이 늘고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임금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15~29세 실업률은 전년 동월보다 0.6%포인트 올랐다. 고용률은 1.1%포인트 하락했다. 청년들에게 경기 침체의 상처가 이미 새겨졌고 그 후유증이 오래가리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위기를 경험한 세대는 장기 실업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김남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청년실업의 이력현상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9세 때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30~34세 때 실업률을 0.08%포인트, 35~39세 때 0.02%포인트, 40~44세 때 0.01%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1개국의 노동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