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단체협약이 나왔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업계와 노조가 합의한 것이다.
배달 기사, 사실상 '노동자' 인정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YWCA회관에서 1기 ‘배달 서비스’ 관련 협약식을 열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사측에선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 요기요를 서비스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배달대행 스타트업 스파이더크래프트가 참여했다. 노동계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과 라이더유니온이 참여했다. 약 7만5000명에 달하는 배달 기사(라이더)가 이번 협약을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약의 핵심은 배달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플랫폼 기업이 사실상의 ‘고용자’ 입장에 있음을 인정하고, 종사자를 ‘근로자’의 지위로 인정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이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도 결성할 수 있으며, 기업은 이를 정식 노조로 인정해 단체교섭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업이 배달 종사자에게 업무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배분해야 하며, 경력·운송수단·지역 등 차이에 따라 업무를 다르게 제시할 경우 관련 기준을 종사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사 양측은 합의 내용을 이행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상설협의기구를 출범할 계획이다.
이 협약으로 배달 기사들이 노조를 추가로 결성할 가능성이 생겼다. 플랫폼을 통해 배달 업무에 종사하는 기사들은 현행법상 노동자가 아니다. 노동자로 인정받으려면 한 기업에 종속되는 근로 계약을 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배달 기사들은 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여러 배달 업체에 등록하기 때문에 이 조건에 맞지 않다.
쿠팡 등 이번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사들이 10만명이 넘기에 협약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협약을 주도한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지회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 노조포럼 간사를 맡은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함께 하지 못한 기업들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간 자율협약, 규제 손길 막을까
이날 협약식에서는 민간의 자율성이 강조됐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민간에서 노사가 자발적으로 플랫폼 노동에 대한 협약을 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여러 기업에서 일하는 플랫폼노동의 시대에는 종합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을 어떻게 같이 해결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플랫폼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는 것을 업계에서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최근 공공배달앱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는 한편, ‘카카오 콜 몰아주기’ 등 플랫폼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디지털 경제 기반시설에 해당되는 플랫폼들도 적정한 규제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플랫폼 규제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