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군이 사살한 공무원 이모씨(47)의 아들이 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는 편지를 썼다.
피살 공무원 이씨의 형 이래진 씨는 이날 고등학교 2학년인 조카(피살 공무원의 아들) 이모군이 문 대통령에게 자필로 쓴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는 A4용지 두 장 분량이다.
이군은 자신을 ‘연평도에서 북한군에게 억울하게 피격당한 공무원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은 고등학교 2학년이며 여동생은 여덟 살로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전했다. 그는 “(실종 직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통화까지 했다”며 “한 가정의 가장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물었다.
이군은 공무원이었던 부친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빠는 제가 다니는 학교에 와서 직업소개를 할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고 했다. 정부의 ‘월북’ 주장도 반박했다. 이군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아빠가, 키 180㎝에 68㎏인 마른 체격의 아빠가 39㎞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또 이군은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고 적었다.
이군은 “(아빠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며 “나라의 잘못으로 오랜 시간 차디찬 바다에서 고통받다가 사살당해 불에 태워졌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썼다. 편지 말미는 “하루빨리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