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의 젊은이들이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면 지금은 ‘마흔다섯 즈음에’를 불러야 할 상황입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 기자들과 만나 계층 이동 가능성이 악화되고 있는 밑바탕에는 인구구조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수 김광석이 서른 즈음에를 부른 1994년에는 30세가 중위연령(인구 전체의 중간 나이)이었다. 80년대 대학진학률은 35%였다. 윗세대에도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많지 않아 대학만 졸업하면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가 컸다. 나이 서른이면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노래할 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위연령이 45세이고 대학진학률은 80%를 넘어섰다. 대졸자 수도 윗세대가 더 많은 시대가 됐다. 조 교수는 “한정돼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다 보니 ‘조국 사태’ ‘인천국제공항 사태’처럼 불공정에 분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에서 본격화된 인구 감소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교육이 무너지면서 사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여기서는 규모의 경제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 등 대도시의 사교육 인프라가 강해지고 지방 학생들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자리 감소 현상까지 겹치면서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지 못하면 취업에도 실패하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지방에서 공부 잘하는 대학이라던 부산대 경북대 등 지방 국립대를 나와 좋은 직업을 갖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제는 이 같은 사다리가 끊어졌다”며 “과거 가장 중요한 계층 이동 수단이 교육이었으나 지금은 교육의 역할이 많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계층 이동에서 교육보다 자산 형성이 더 중요한 요인이 된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좋은 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직장을 얻더라도 월급만으로는 재산을 모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서울 집값이 2~3년 만에 몇억원씩 오르면서 단순히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며 “직장에서 얻는 ‘소득’보다 부동산 등 ‘자산’이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