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운영 중인 변호사 A씨. 경기 성남 분당 초대형(290㎡)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고 고급 수입차를 타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체납액을 추징하기 위해 A씨의 사무실을 수색해 책꽂이에 숨겨둔 현금 3600만원을 찾았다. 이어 A씨 집에 있는 금고에서 순금과 명품 핸드백, 일본 골프장회원권 등을 발견했다. 모두 2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악의적 체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A씨 같은 1억원 이상 고액 체납자 812명을 추적 조사한다고 5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체납자를 추적해 총 1조5055억원의 체납액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 사해 행위 취소소송 499건을 제기하고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290명을 검찰 등에 고발했다.
B씨는 부동산을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해당 차익을 1000만원권 수표 수십 장으로 바꿔 숨기다 덜미가 잡혔다. 국세청은 해당 수표를 발행한 은행에서 ‘미지급 수표’가 있는 점을 수상히 여겨 B씨 집을 수색해 서랍장에서 1000만원짜리 수표 32장을 압수했다. C씨는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부동산 매각대금 4억원을 총 41회에 걸쳐 배우자에게 계좌이체하는 수법을 썼다. 국세청은 C씨의 드레스룸 등에서 5만원권 2004장을 찾아 체납액 5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이번에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체납자들의 실거주지와 은닉 재산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를 활용해 체납자가 시골 고향 집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배우자 명의로 월세 계약한 서울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파악했다. 또 주민등록 변경 이력과 소득 지출 내역을 분석해 체납자가 옛 동거인 명의로 숨겨둔 재산 목록을 확보했다.
이렇게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추적 대상으로 선별한 812명 중 597명이 재산을 편법으로 이전한 체납자였다. 128명은 타인 명의로 위장 사업을 했고, 나머지 87명은 타인 명의로 돈을 해외로 빼돌린 사람들이었다. 국세청은 내년부터 체납액이 1억원이 넘는 고액 상습 체납자를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감치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세금 체납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 누리집과 세무서 게시판에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신고하면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