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동 킥보드·스쿠터·자전거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전기차 안에 킥보드를 탑재해 내놓는가 하면 직접 전동 킥보드·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종합 모빌리티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차 제조사에서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전기차 라인에 탑재되는 빌트인 스쿠터를 내년 양산할 계획이다. 2017년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선보인 ‘아이오닉 스쿠터’를 기반으로 한 모델이다. 최근에는 공유 모빌리티 스타트업 지바이크와 제휴를 맺고 다음달부터 현대차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전동 킥보드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미 제주도에서 전동 킥보드 및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와 BMW는 전동 킥보드와 스쿠터를 자체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올 3월 자사 브랜드 지프를 통해 산악용 전기 자전거를 내놨다. 폭스바겐은 도심 모빌리티 전담 사업부를 통해 전동 킥보드·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고, 포드는 전동 킥보드 스타트업인 스핀을 인수하기도 했다. 인수가는 1억달러(약 11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 이륜차 시장 진출은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으면 향후 사업 영역을 넓히거나 투자를 유치할 때 유리하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라스트마일(차를 타기에는 짧고 걷기에는 먼 1~2㎞ 거리) 관련 사업 등 틈새시장도 공략할 수 있다. 포드가 인수한 스핀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동제한령(록다운)이 시행된 미국 일부 도시에서 의료진의 이동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미래차 사업에도 활용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의 핵심은 ‘다양한 환경’에서의 주행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쌓는 것이다. 다양한 도로 상황, 주행 환경 등에 관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돌발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현대차가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T맵’을 운영하는 SK텔레콤과 협력하고, 현대모비스가 러시아 1위 정보기술(IT) 기업 얀덱스와 손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성차 업체가 라스트마일 사업을 하면 자동차 도로 이외에 도심 골목, 이면도로 등 풍부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도 가능하다. 전기차는 15만~20만㎞ 이상 주행하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충전 속도가 느려지고 주행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배터리라도 70~80%의 성능을 유지하고 있다. 대개 폐배터리를 모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는데, 별도 공정을 거쳐 소용량으로 제작하면 전동 킥보드와 스쿠터, 자전거 등의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선순환 사업 구조가 갖춰진다면 향후 전기차 가격대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