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은 A씨 월북을 사실상 단정 짓고 "구조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족과 야권은 "여권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A씨에게 월북자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은 불법침입. 남은 자진월북. 완전 상충하는 주장이지만, 남북 모두 정치적 필요에 의한 변명의 논리라는 점에서는 일치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군과 청와대의 방치 속에 국민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상황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모면하려고 월북 정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화답하듯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대깨문들은 월북자니까 죽어도 싸다는 반인륜적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정부는 결정적 물증도 없이 실종 공무원을 월북자로 규정했다"며 "정부가 자기 책임 줄이기 위해 꺼낸 월북론은 희생자를 두 번 죽이고 남북관계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을 전례가 없는 망명자 총살한 야만적인 전근대 국가로 만든 것"이라며 "북한은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짝사랑 대북정책을 펼칠 때마다 조롱을 보내곤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고 비꼬았다.
앞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9월에 40대 민간인이 월북하려다 우리 군에 의해 사살당한 사례가 있었다"며 "월경을 해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넘어서면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국제적인 상식이다. 따라서 함정을 파견했어야 한다느니 전투기가 출동했어야 한다느니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도 A씨 구조 지시를 하지 않은 정부에 대해 "월북자 때문에 전쟁도 불사하라는 뜻인가"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정부·여당이 월북으로 몰고 간 속내를 신동근 의원이 잘 말해줬다"며 "월북은 중대범죄라서 우리 군에게 걸렸으면 사살되었을 것이란다. 북한이 우리군 대신 총살시켜줘서 감사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숨진 공무원의 친형 이모씨는 정부가 동생을 월북자로 추정한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자기들(정부)이 (죽음을) 방조했으면서 역으로 동생을 월북자라고 추정을 해버렸다"며 "이 부분에 관해서는 군이나 국방부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동생은 두 자녀가 있는 평범한 가장이었다"며 "월북을 했다는 동생이 공무원증을 배에 그대로 놓고 사라진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북한도 지난달 통지문을 통해 A씨는 불법 침입자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