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의 귀환' 삼성 국내 판매 30% 늘었다

입력 2020-10-04 18:21
수정 2020-10-05 00:38
국내외 태블릿PC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늘었다. 이 같은 추이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태블릿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분기 글로벌 태블릿 판매량 17.1%↑ 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삼성전자의 태블릿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증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올 들어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라며 “수요 증가에 맞춰 태블릿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블릿 판매량 증가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태블릿 판매량은 4320만 대로 지난해보다 17.1% 늘었다.

주요 업체만 놓고 보면 더 두드러진다. 1위인 애플은 2분기 1430만 대로 1년 전보다 33.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증가율은 40.8%였고, 화웨이는 이보다 높은 44.1%를 기록했다. 반면 브랜드가 없는 100달러(약 12만원) 이하의 저가 태블릿을 뜻하는 ‘화이트박스’는 작년 2분기 770만 대에서 올해 600만 대로 20% 줄었다. 고급 제품 위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로 시장 급반전태블릿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0년 애플이 첫 아이패드를 내놓을 때만 해도 ‘커다란 화면’이란 확실한 차별점이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이 갈수록 커지면서 태블릿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결국 2015년부터 판매량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7년 1억8510만 대, 2018년 1억7310만 대, 2019년 1억6000만 대로 꾸준히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됐다. 1분기 판매량은 3190만 대로 작년 1분기(3660만 대)보다 13%가량 감소했다.

태블릿 신제품을 내놓는 업체도 갈수록 줄었다. 구글은 2018년 ‘픽셀 슬레이트 태블릿’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고 LG전자도 작년 G패드5가 마지막이다.

2분기 들어 시장이 급반전한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화상회의, 온라인 교육 수요 등으로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에릭 스미스 SA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원격 근무를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태블릿 시장 확대는 일시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상회의 전용 기기로 진화거실 TV 대신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해 콘텐츠를 ‘각자 즐기는’ 문화가 확산된 것도 태블릿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한 인터넷TV(IPTV)업계 관계자는 “태블릿으로 IPTV를 볼 수 있는 ‘세컨드TV’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내놓은 고성능 태블릿 갤럭시탭S7·S7플러스는 사전 예약 첫날 물량이 매진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애플도 올해 상반기 신형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중급 기종인 아이패드 에어, 보급형 제품 아이패드 8세대를 함께 내놨다.

갤럭시탭S7 시리즈는 전면 카메라를 기존 제품과 달리 긴 쪽 베젤 부분으로 옮겼다. 제품을 가로로 세워놓고 영상회의를 하는 일이 잦다는 점에서 카메라 배치를 바꿨다. 신형 아이패드 에어는 최고급 사양에서만 쓸 수 있었던 애플펜슬 2세대, 매직키보드 등 업무에 유용한 액세서리를 넣었다.

IT업계 관계자는 “태블릿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기기에서 업무, 교육용 기기로 진화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