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 폐비닐처리 구원투수 나서나

입력 2020-10-04 18:01
수정 2020-10-05 00:36
급증하는 폐비닐·폐플라스틱의 해결을 위해 환경부가 ‘고형 폐기물 연료(SRF)’를 활용하는 제지업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SRF는 폐비닐 등을 가공해 만든 고체 형태의 연료다. 이미 시멘트업계가 경북 의성군 ‘쓰레기산’의 폐기물을 SRF로 처리한 전례가 있어 제지업계의 향후 움직임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폐비닐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1%, 폐플라스틱은 15.16%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로 배송·배달 수요가 늘면서 비닐,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배출이 늘어난 여파다. 작년 12월 3만1900t이었던 국내 폐비닐 적체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지난 5월 3만9100t까지 늘어났다.

폐비닐 등 적체 문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본 환경부는 지난 추석을 앞두고 제지업계에 SOS를 쳤다. 제지공장에선 스팀을 만들기 위해 보조연료로 SRF를 사용한다. 발전소나 시멘트공장도 SRF를 연료로 공급한다. 경북 의성군에서 19만t의 폐기물이 쌓이면서 악명 높았던 ‘쓰레기산’도 시멘트업계가 SRF를 활용하면서 대부분 처리됐다. 환경부는 이 같은 효과를 제지업계에서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지업계와 접촉하며 시설 가동률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환경부 주재로 SRF 사용 제지회사 등이 모여 폐비닐 적체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추석 이후 폐기물 보조연료의 사용 확대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환경부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지공장에서 SRF 연료 사용을 실제로 늘리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가 필요한 게 변수로 꼽힌다. 폐기물을 보조연료로 활용하는 시설은 일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에서 오염물질 발생을 문제 삼아 반발하고 있다. 전남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도 2017년 준공됐지만 지역주민 반발 등에 막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