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역 SRT 연결 놓고 국토부·강남구 '충돌'

입력 2020-10-04 17:27
수정 2020-10-05 00:28
2027년 완공 예정인 서울 강남구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내 고속열차 도입 여부를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성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지만 관할 지자체인 강남구는 “근시안적 사고 방식”이라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짓고 기본계획을 확정한다.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 수서고속열차(SRT)가 정차할지 여부도 이때 최종 결정된다. 국토부는 SRT 도입을 배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승강장과 회차선 건설 등에 상당한 규모의 사업비가 들어가지만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도입 불발 쪽에 무게가 실리자 강남구와 서울시는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달 28일 삼성역 고속철도 도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와 국회, 국무총리실, 국토부에 발송했다. 정 구청장은 “현대자동차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예정된 삼성역의 신규 교통 수요는 충분하다”며 “민자사업인 GTX의 사업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고속철도를 배제하겠다는 국토부 결정은 근시안적”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는 GTX-A·C노선, 위례신사선, 지하철 2·9호선이 들어온다. 인근에 건설 예정인 105층짜리 GBC 및 코엑스와도 지하로 바로 연결돼 유동인구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당초 2016년 경기 덕정~수원을 잇는 GTX-C노선(47.9㎞)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재신청하면서 수서발 고속열차를 의정부까지 연장 운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 내용은 2018년 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추가 검토 결과 수요가 적어 의정부발 고속열차 운행이 어렵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초에는 서울시에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설계에 포함됐던 고속철 승강장도 제외토록 요청했다.

현재 SRT는 수서역이 종착역이다. 고속철 도입이 불발되면 의정부 등 수도권 동북부에서 SRT를 이용하기 위해 GTX-C노선을 타고 삼성역에 온 뒤 다시 GTX-A노선으로 갈아타고 수서역까지 가야 한다. 반대로 SRT를 탄 지방 승객이 삼성역 부근으로 가려면 수서역에서 GTX-A노선으로 갈아타거나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해야 한다.

강남구 관계자는 “앞선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편익(B/C) 분석과 계층화 분석(AHP) 모두 합격점을 받았던 사업”이라며 “환승 편의 개선을 위해 국토부가 보다 전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삼성역의 고속열차 수요는 기존 승객이 옮겨오는 수준이라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는 게 지금까지의 판단”이라며 “다만 기본계획이 완료될 때까지 검토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