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시대에 인류의 평균수명은 25세 정도였고 로마시대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1500년대가 돼서야 30세 남짓이었고, 1800년대 가서야 선진국의 평균수명이 40세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의 평균수명은 75세 정도인데 최근 100년 남짓한 기간에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당연히 의학을 중심으로 하는 과학의 발달에 기인한다. 영아 사망을 제외하면 로마시대의 평균수명도 50세 정도였다고 한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어디까지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120세 정도는 거뜬하다는 의견이 많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인공지능(AI) 발달 못지않게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교육, 일, 은퇴로 이어지는 3단계 삶의 시대는 종말을 맞을 것이다. 100세 시대에도 현재와 같은 나이에 은퇴한다면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은퇴시기가 된다. 현재대로라면 인생의 절반이 취미생활 위주가 되는데, ‘배움을 중단하면 근심도 없어진다’는 노자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근심은 작을지 모르나 아쉬움이 많은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상황이라면 국민경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100세 인생》으로 잘 알려진 린다 그래튼에 의하면 100세 시대에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더욱 세분화한 다단계 인생설계가 필요하다. 유형자산보다는 더 오래 일하는 데 필요한 무형자산이 중요해진다. 건강,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지식 등은 모두 무형자산에 속한다. 모두가 중요하지만 지식을 포함해 기술, 동료애, 평판 등과 같이 생산성을 높여 일을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소위 사회자본의 중요성은 특히 간과할 수 없다.
다단계라는 것은 여러 번 직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창 시절에 배운 것만으로 평생 밥벌이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새뮤얼 아브스만이 말한 ‘지식의 반감기’란 어떤 분야의 지식 중 절반이 틀린 것으로 퇴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인간에 대한 통찰로 얻은 철학적 사색의 결과물들은 반감기가 수천년에 이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대의 많은 기초 및 응용과학 지식의 반감기는 10년이 채 안 된다고 한다. 부단히 배우지 않으면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맹이 되기 쉽다.
평생교육의 수요와 중요성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평생교육은 정규교육을 마친 사람들 각자에게 특화된 세부적인 전문지식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형태로 다양해질 것이다. 강의실에서의 강의가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언제 어디에서나 닿을 수 있는 형태가 일반화할 것이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의 반응속도는 얼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