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시위를 원천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개천절 집회가 큰 충돌 없이 종료됐으나 ‘한글날 집회’라는 불씨가 남았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한글날인 오는 9일에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와 집회 건수는 12개 단체, 50건에 달한다.
자유연대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빌딩 앞,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인근, 교보빌딩 앞, 경복궁역 일대에서 4000여명 규모로, 천만인무죄석방본부는 세종로소공원, 효자치안센터, 을지로입구역·서울역·강남역 인근에서 4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한다고 신고했다.
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는 서울 중구 시청역, 대한문, 영국대사관 일대에서 2000여명 규모로 집회를 갖겠다고 했다. 박근혜대통령구국총연맹도 보신각 앞 인도에서 300여명이 모이는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인근에서 10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민중민주당은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100여명이 모이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일 오전부터 광화문에서 대한문까지 이르는 세종대로 일대에 수송버스로 차벽을 세워 참가자 집결을 막았다. 또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이동 차량을 점검했다. 보수단체들은 10대 미만의 차량으로 서울 곳곳에서 차량 시위를 진행하고 정부의 방역조치 등을 규탄하는 대면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은 10인 이상이 모이는 것으로 신고된 집회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두 집회금지를 통고한 상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은 한글날에도 불법 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위험요인을 사전 차단하기 바란다”고 남긴데 이어 이날도 “한글날에도 불법 집회를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나친 집회 통제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광화문에만 가나. ‘재인산성’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면 전국 방방곡곡을 둘러싸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