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도 몰래 신는 양말…"12시간씩 등산하며 개발했죠"

입력 2020-10-04 18:07
수정 2020-10-12 15:37
“성장통으로 고생하던 딸이 이 양말을 신고 병원 치료를 멈췄을 때 성공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능성 양말 전문 제조업체 위풋테크놀로지 김태효 대표(58·사진)의 말이다. 이 회사는 ‘논슬립(non-slip) 양말’이란 차별화된 아이템을 내세워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폴리우레탄을 양말 바닥 안팎에 새겨 어떤 상황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줌으로써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준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 그는 “코로나19에도 역대급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회사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최·주관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하는 ‘2020 우수 스포츠 기업(스타트업 분야)’에 선정됐다.

2018년 7월 출범한 위풋은 첫해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2억원. 김 대표는 “내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미국 수출이 정상화된다면 60억원 정도는 무난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칭 솔루션’은 위풋이 지닌 주무기. 신발과 닿는 양말의 바깥쪽 면은 물론 발바닥과 닿는 안쪽 면에는 실리콘과 비슷한 느낌의 폴리우레탄이 체스판 모양으로 박혀 있는 것을 뜻한다. 실리콘과 달리 폴리우레탄은 물에 닿아도 평소처럼 ‘그립감’을 유지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김 대표는 “12시간이 넘는 등산을 수십 번 반복하며 실험했고 피로감이 훨씬 덜하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고 강조했다.

위풋의 진가는 발에 민감한 축구선수들이 인정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 몇몇 구단 선수에게 “일단 신어보라”고 권했던 위풋 양말의 효능은 선수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월드클래스’ 손흥민과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 등이 즐겨 신는 양말이 됐다.

김 대표는 “손흥민 선수는 토트넘 구단의 공식 후원사 양말을 신어야 하는데, 눈으로 보이지 않는 발목 아랫부분만 오려 우리 양말을 신을 때도 있다고 들었다”며 “이영표 선수가 ‘우리 양말을 일찍 알았더라면 선수 생활을 10년은 더 했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가장 큰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스포츠 마니아’라고 자칭하는 김 대표는 전 직장에서 사업 아이템을 얻었다. 휴대폰 LCD(액정표시장치) 안에 들어가는 충격 방지 폼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는데, 당시 그의 회사에서 제조하던 주력 상품이 폴리우레탄이었다. 이를 스포츠 양말에 접목했을 때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회사를 나와 지금의 위풋을 세웠다.

스포츠를 넘어 일반인도 위풋 양말을 신게 하는 것이 그의 새로운 목표다. 그는 “스포츠 선수는 물론 발이 민감한 40대 여성들에게도 신겼더니 관절 등에 통증이 훨씬 덜하다는 피드백을 얻었다”며 “스포츠를 넘어 일반인도 즐겨 신는 위풋 양말이 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