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언택트 콘서트를 펼친 가황(歌皇) 나훈아의 발언이 정치권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야권에서는 나훈아가 공연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소신발언'을 내놨다고 평가한 가운데 여권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맞받았다.
나훈아는 지난달 30일 KBS2에서 방영된 '대한민국 어게인'에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가창력을 뽐내며 2시간 40분동안 공연을 펼쳤다.
이날 그는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면서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하면, 바로 여러분이 이 나라를 지켰다"고 국민을 치켜세웠다. 또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고도 했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나훈아가 현 정권을 에둘러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주인은 여러분이라며 잊고 있었던 국민의 자존심을 일깨웠다"면서 "'언론이나 권력자는 주인인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그가 남긴 대한민국 어게인의 키워드"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추석 전날 가수 나훈아 씨가 우리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해줬다"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 없다. 제1야당에 부과된 숙제가 분명해졌다. 국민과 손잡고, 국민의 힘으로,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해석에 여권 인사들은 '아전인수'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 국민들은 위대하고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는 것이 발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역당국의 호소를 조롱하고 8·15 광화문 집회와 10월3일 개천절 집회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나훈아가 말한 '말 잘 듣고 잘 따르는' 국민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나훈아의 발언에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고개를 쳐들고 이런 말 저런 말로 마치 남 얘기하는 걸 보니 이분들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라며 "나훈아의 발언을 오독하지 말고 오도하지 마라. 한국어를 모르는가"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가수 나훈아 씨의 말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 민심인 것처럼 난리"라면서 "감사의 말을 '정치'가 아닌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정치인들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훈아 씨의 이 아름다운 말을 야당이 '아전인수 정쟁'으로 끌어내릴 때 여당은 정부여당을 작심하고 비판한 민심으로 아프게 받아들이는 여전인수(네 논에 물 대기) 정치'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