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정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요트를 사러 미국에 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한 주무 부처 장관의 가족도 따르지 않는 권고를 국민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3일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일병 교수는 공항에서 여행 목적을 묻는 KBS 취재진에게 "그냥 여행 가는 건데. 자유여행"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지적에는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 잖아요. 그러면 맨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이일병 교수는 미국에서 판매자를 만나 요트를 구매한 뒤 요트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닐 계획을 수개월 전 부터 자신의 공개 블로그에 올려왔다. 이 교수는 이번에 구입하기로 결정한 요트 외에 본인 명의의 세일링 요트와 제트스키도 가지고 있다. 거제와 부산을 오가며 제트스키와 요트를 즐기는 등 해양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일병 교수의 미국행이 논란이 되는 것은 정부가 지난 3월 23일부터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기 때문이다. 특별여행주의보는 해외여행을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일병 교수가 공직자가 아닌 만큼 여행을 무작정 비판할 게 아니라 개인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모든 개인의 해외여행을 막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의 가족에게도 정부 정책 준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는 상황에서 이일병 교수의 여행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군다나 특별여행주의보는 여행자 본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불필요한 국가 간 이동을 통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도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18일 특별여행주의보를 연장하면서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중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 방지와 더불어 국내 방역 차원에서도 우리 국민의 해외 방문 자제가 긴요한 상황임을 고려했다"고 밝힌바 있다.
외교부는 이 교수의 미국행이 "개인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사실관계 확인도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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