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광화문 일대 곳곳에 차벽을 세워 개천절 집회를 통제한 것을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가 이명박 정부 시절의 '명박산성'에 빗대 "재인산성으로 변한 광화문"이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전 교수는 3일 페이스북에 광화문 일대의 사진을 올린 뒤 "데 키리코의 형이상학적 회화를 보는 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컨테이너 박스를 2단으로 쌓아 청와대 진입로를 전면 차단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이른바 '명박산성' 표현을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넣어 비판한 셈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역시 이날 보수단체 8·15 참가자시민비대위(8·15 비대위)가 광화문역 7번 출구 인근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광화문을 버스로 막았는데 이른바 명박산성보다 이번에 차벽이 훨씬 길다"며 "대통령이 하는 방역은 '정치방역', '파쇼방역', '거꾸로 방역'"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여당은 "광화문 광장을 에워싼 차벽은 우리 국민 여러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고 강조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제는 '코로나 방역' 자체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부디 오늘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광화문광장 등 도심에서 돌발 집회·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차량 검문소 90곳가량을 운영했다. 광화문에서 대한문까지 이르는 세종대로 일대 도로와 인도에 경찰 버스로 차벽을 세워 집회 참가자 집결을 막았다. 경비경찰 21개 중대와 교통경찰·지역경찰 등 800여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에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광화문이 네 것이냐' '4·15 부정선거'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깃발, 태극기를 들고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보수 유튜버는 진입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